엄마표 학습을 하면서 어떤 공부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집이 좋은지 최선을 다해서 알아보게 된다. 뭐가 좋다더라 하는 건 한 번씩 살펴보고, 아이의 취향에 맞는지 체크한다. 학습 로드맵을 짜기 위해 읽은 책이 몇 권인지 셀 수도 없다. 읽으면 읽는 대로 조금씩 아이에 맞춰서 시도해 보기도 하고 무리인 것 같으면 내려놓고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2호가 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또다시 2호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아 헤매야 할 것이다. 둘이 서로 다른 기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학습 로드맵이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고른 문제집이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는 매일 그날 주어진 것들을 해내고 있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시작하려고 한다면, 평생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일단은 부족한 대로 시작하고 하면서 수정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공부만 하고 검색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결국 아이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과연 이 이야기가 아이의 학습에만 한정된 이야기일까? 아니다. 다이어트 방법을 백날 검색하기만 하고 운동도 식단도 멀리한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방황하며 블로그를 내려놓았던 순간이 있다. 성과를 확인하려면 목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목표가 흐릿해지니 시간을 쏟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방향성을 고민하고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했던 것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싶어도 일단은 시작하고 부딪혀 봐야 한다. 그렇게 부딪혀서 깨지고 무너지는 결과를 만난다고 할지라도 소득은 있다. 나랑 맞지 않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에서 소거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달린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분명했던 목표였다고 하더라도 그건 바뀔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들 선명하고도 분명한 것을 바라보고 달리는 줄 알았다. 그들도 숱한 시행착오들 속에서 분명한 것을 붙잡게 된 것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아직 내가 붙들고 가야 하는 것이 흐릿하다고 해서 내가 멈춰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책마다 추천하는 투자가 다르고, 책마다 전하는 학습법이 다르다. 누구는 부동산이 최고라고 하고 누구는 주식이, 누구는 코인이 최고라고 한다. 고민만 한다면 오늘 읽은 것처럼 투자에 부정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운동도 시작하고 싶다면 나한테 맞는 운동을 검색만 할 게 아니라 조금씩 해 봐야 알고,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면 좋은 교재나 학원을 검색만 하지 말고 오늘 당장 한 문장을 외우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일단, 시작해 보는 게 가능성을 좀 더 열어 두는 방법이라는 걸 기억하자. 좋은 도구를 찾는데 너무 에너지를 쓰지 말고 먼저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