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만성비염이 있는데 어젯밤부터 콧물이 줄줄 흐르더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목이 부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연휴를 앞두고 병원을 얼른 다녀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부터 병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목이 부었고 곧 아플 거라고 했다.
40대가 되었다는 건 이런 거였다. 내 몸의 신호에 민감해져야 하는 것. 잠시 방심하면 컨디션이 무너져내린다. 평소에 관리하고 아프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점점 더 내 몸과 친해지는 중이다.
내 마음도 이렇게 나한테 신호를 주면 좋을 텐데 마음은 몸과 달리 그 신호를 알아채기가 어렵다. 지쳤다는 것을, 에너지를 다 소진했다는 것을,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늘 지나고 나서야 안다. 보통은 터져버린 분노를 만난 다음에야 알게 된다. 그래서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보내는 사인을 신속하게 눈치챌 수 있는 걸까.
매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걸까 싶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주는 평안은 잠들기까지 유지되지는 않는다. 늦은 저녁이면 방전이 되어 한껏 예민해진 나만 남는다. 그 시간이면 내가 예민해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걸 미리 알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다. 얼른 쉬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정리가 되지 않으면 내가 쉬러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평화로운 저녁을 보낼 수 있는 걸까. 이게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퇴근하고 온 신랑도 그 시간에는 에너지가 바닥이고, 아이들도 그쯤이면 피곤하고 집중력이 다 사라진 상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한 나도 폭발하기 딱 좋다. 다만 모두의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순간을 가장 먼저 눈치챌 수 있을 뿐이다. 눈치를 채도 대안이 없어서 그냥 한 번 더 참으려고 애쓸 수 있을 뿐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처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순간마다 회복할 수 있는 묘약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다. 늘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같아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지인이 먼저 깨달은 사람이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 말이 유난히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