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반부터 아이를 깨웠다. 아침 공부 루틴을 만들자고 하고 깨우기 시작했는데 열 번 중에 일곱 번은 10분이 넘어가는 짜증을 감당을 해야 한다. 오늘은 초등 3학년인 1호를 30분 동안 깨웠다. 그리고 먼저 등교를 시키고 들어와 7살 2호를 깨웠다. 오늘은 2호도 일어나지 못했다. 2호를 깨우는 데에도 30분이 걸렸다. 그리고 등원까지 완료하고 시간을 보니 9시 45분이었다.
아이를 깨워서 학교와 유치원을 보내는 데 2시간이 넘게 시달려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아침부터 짜증과 징징대는 소리에 시달리는 날은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에 바로 나에게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저 멍하니 앉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써야 한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씹었다. 육아를 하면서 당 떨어지는 기분을 많이 느끼는데 오늘도 여전했다. 커피를 벌컥벌컥 마셔도 바로 정신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기적의 한 마디는 "TV 보자!"이다. 하지만 나는 그 귀한 첫 시간을 그렇게 보내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싸우느니 차라리 푹 재울까 하는 생각이 또 꼬리를 무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늦게 잔다. 오늘도 아이들 일과를 마무리하고 정리하고 재우고 나니 11시를 훌쩍 넘겼다. 일찍 깨우면 그다음부터는 일찍 자게 된다는데 아침에 짜증 내면서 일어나고 밤에는 여전히 쌩쌩하다. 물론 놀 때만 그렇다.
이런 하루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내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늘 짜증이 엉겨 붙어있다. 아침부터 종일 피로한 상태로 짜증을 견디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내가 버튼이 눌리는 순간을 떠올린다. 아이를 향해 날카롭게 내지르게 되는 순간을, 눈빛이 사나워지는 순간을 생각한다. 분노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했다. 나의 내면을 들춰볼 수 있는 가장 큰 힌트. 그러니 그 순간들을 돌아보며 각오를 새롭게 해보려고 한다.
평안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위하여
1. 미리 준비해둔다.
아이의 학교 갈 준비, 입을 옷, 아이의 아침 메뉴 등 촉박하지 않게 준비를 해둔다. 아침 내내 아이를 깨우 느리 씨름을 하다 보면 정신이 없어서 자꾸 뭔가를 빼먹게 된다. 분주하게 챙기다 보면 어김없이 아이를 닦달하는 내가 있다. 그러니 나라도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미리 하기로 한다.
2. 아이를 깨우며 할 수 있는 일 찾기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옆에서 계속 이름을 부르고 깨우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시간이 길면 30분 짧아야 10분이다. 그러다 보면 나는 그 시간이 자꾸 아까워서 더 화가 났다. 아이 옆에서 책을 보든, 뉴스를 보든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자. 그러면 아이가 늦게 일어나면 오래 걸리는 그 시간도 할 일을 하고 있을 수 있고 그러면 나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테니 내 감정이 널뛰지 않도록 할 수 있겠다.
3. 최대한 빨리 잘 준비하기
그나마 10시에 잠든 날은 11시 넘어서 잠든 날보다 아침이 더 수월할 수밖에 없다. 내가 빨리 마무리를 하고 정리를 해야 아이들도 잘 준비가 된다. 결국 내가 서두르지 못해서 아이들 취침시간이 늦어지고 아침에 더 못 일어나는 것이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면 그 좋은 에너지를 서로에게 줄 수 있다. 마주 웃어주는 얼굴을 보면 내 마음도 부자가 된다. 하지만 짜증이 터지면 그 짜증도 고스란히 내게 온다. 그리고 내 상한 기분과 만나 더 크게 부풀어 전달되는 것이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지만 짜증은 세 배에서 네 배가 되는 것 같다. 아이에게 짜증이 아닌 새롭게 시작된 아침의 설렘을 건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