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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스터디카페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다

by 엄마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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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아르바이트라도 좀 하고 싶은데..."


7살, 10살 아이를 전담해서 육아하면서 등 하원 스케줄에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7살 어린이의 등원시간을 앞당기는 게 어려워서 더 그랬다. 일어나지 못하는 애를 들춰 메고 등원시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등학생의 하교 시간은 요일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여유로운 시간이 안 된다. 그래서 늘 뭐라도 하고 싶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당근 마켓 아르바이트에는 뭐가 올라오나 흘려보다가 발견한 건 스터디 카페 청소였다. 동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갈 거리는 아니었고, 4일짜리 단기라서 시도하기 좋았다. 게다가 근무시간은 새벽 6시부터 8시까지로 초등학생 방학 기간이라 유치원생 등원 준비까지는 가능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첫 당근 알바 지원이 결정됐다. 사진이 있는 게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보고 지난번 여권 사진 찍으며 받아둔 증명사진을 업로드하고, 아르바이트 경력 위주로 적었다. 직장 경력은 딱히 연관성이 없어서 생략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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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마켓 알바 지원서 뭘 적어요?

당근 마켓에서 알바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학력과 자격증, 자기소개, 경력, 장점, 추가 정보를 모두 채우려고 하기보다 지원하는 업무와 관련 있는 부분만 체크해도 무방하다. 다만, 사진은 넣는 게 신뢰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별히 학력과 자격증이 요구되는 직군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필수 항목은 아니라는 말이다. 예전에 일을 그만두고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적이 있었다. 경력이며 자격증을 다 써야 좋은 줄 알고 그 칸을 빼곡히 채워 넣었더니 왜 이걸 하러 왔냐는 질문을 받았다. 굳이 그들도 모든 정보를 원하는 건 아니겠다는 걸 그때 알았다.


알바 신청과 채용 과정에 대하여,

지원서 작성을 한 후, 당근 마켓 앱에서 바로 지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당근 채팅으로 사장님의 메시지가 왔다. 면접 날짜를 협의하고 방문했다. 사실 스터디 카페에 들어가 본 적이 아예 없어서 조금 긴장했는데 깔끔한 인테리어의 공간이 좋아 보였다. 사장님은 차분하고 조용하고 꼼꼼한 성격이신 것 같았다. 며칠 내로 연락을 주시기로 했는데 다행히 내가 채용이 되어 미리 방문해서 매뉴얼을 받고 비품 위치 등을 안내받았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조금 더 일찍 와서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출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터디 카페 청소 알바, 뭐 하나요?


1. 책상 정리 및 바닥 청소

2. 커피머신, 제빙기, 정수기 관리

3. 비품 채워 넣기

4.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정리


스터디 카페는 노트북 사용이 제한되는 정말 말 그대로 조용히 공부만 하는 포커스 존과 무소음 키보드가 허용되는 카페존이 있었다. 각각의 책상을 닦고 바닥을 청소하는 것을 비롯해서 커피 머신과 제빙기, 정수기 관리와 비품을 채워 넣는 게 기본 업무였다. 물론 화장실 청소도 포함되었다. 휴지통을 비우고, 채워진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휴지와 페이퍼타월을 채워 넣는다. 2시간 정도가 걸릴 거라고 하셨지만 부지런히 하다 보니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man-2562325_640.jpg?type=w1 출처: 픽사베이

깔끔한 분위기라는 건 매일 구석구석 손이 닿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사람이 없을 때 후딱 하고 싶어서 더 부지런히 출근했는데 처음 이틀은 한 사람씩 마주쳤지만 나머지 이틀은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청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을 때가 훨씬 마음이 편했다. 아무리 청소시간이라고 해도 사람이 있으면 숨도 조용히 쉬게 되었기 때문이다. 눈치 주고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방해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


매일 새벽 청소를 하면서 느낀 점은, 매일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저 공부만 하고 가는 거라고 해도 커피를 마시고 음료를 마시느라 쓰레기가 나오고, 얼룩이 생긴다. 집안일은 하루 종일 해도 티가 안 나는데 카페는 손이 닿는 대로 티가 났다. 물론 그다음 날 출근하면 또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아무도 없는 시간에 부지런히 청소를 하고 정돈된 모습을 둘러보면 뿌듯함이 차올랐다.


알바를 마치고,


언젠가 아이들이 다 자라면, 지금처럼 집에 뒹구는 장난감이 사라지고 딱 그 정도의 손길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자란다는 건 점점 더 내 손이 덜 가게 되겠지. 책상 위에는 공부하느라 펼쳐본 책과 필기구가 전부일 테고, 자잘한 소품 같은 게 있어봤자 그걸 내가 정리해 줄 일은 없겠지. 아직도 한참 자라야 하는 아이들을 두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새벽 5시에 엄마가 나가는 소리에 얼핏 깨서는 옆에 엄마가 없다고 구슬프게 울어 아빠를 놀라게 했던 아들을 두고 하기엔 너무 빠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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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나마 경제활동을 한 기분은 뿌듯함이었다. 단기 아르바이트인 데다가 시급이 높은 일도 아닌 만큼 컨디션에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네에 일자리가 좀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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