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문제를 풀었지만,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때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이 안 나.”

by 엄마코끼리

초등 4학년을 앞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같은 질문에 머무르게 된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혼자서도 제법 해내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붙잡아야 할 것 같고,

조금만 방심하면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바빠진다.


오늘 그릿 아카데미에서 <겨울방학 부모님 특강>을 들으며

계속 그렇게 질문하게 되는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장 오래 남는 말은

‘쌓이는 공부와 쌓이지 않는 공부의 차이’였다.


아이의 공부가 자꾸 마음에 걸리던 이유


쌓이지 않는 공부를

강사는 이렇게 표현했다.


책장이 없는 상태.

출처: 픽사베이

책은 계속 사지만,

어디에 꽂아두지 않으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체계 없이 반복만 하는 공부는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지나간 몇몇 장면들이 떠올랐다.


아이가 문제를 맞히면

‘그래도 내용을 이해는 하고 있나 보다’

짐작했던 순간들.


사실은 이해했는지를 확인한 게 아니라

맞혔는지 틀렸는지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공부의 지도


강의에서 말한 ‘전체 지도’란

목차를 먼저 보는 공부였다.


개별 문제에 들어가기 전에

이 단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이전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에 무엇으로 확장되는지를

먼저 아는 것.


큰 그림을 알고 개념을 배우면

아이 스스로도

지금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개념을 이해했는지만 확인했지

그 개념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남은 방학 동안 문제집을 펼치기 전에

목차부터 함께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설명해 볼래?”라는 질문 앞에서


강의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은 이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


맞힌 문제라도

왜 그렇게 풀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아직 진짜 실력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나타났다.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이 안 나.”


아이가 지난 학기 내내 풀었던

수학 문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


순간 화가 먼저 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숫자 단위를 줄여서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 보라고 했다.


아이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눗셈을 풀기는 했지만,

이해한 건 아니었구나.


예전에 한글 2년 가까이 가르치고 나서야

아이가 사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던 순간만큼 당혹스러웠다.


무작정 반복하는 공부로는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이번 방학, 질문을 바꿔보려 한다.


이번 방학에는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지보다,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봐야지.


“이 문제,

엄마한테 설명해 줄래?”


설명할 수 있는 공부,

목차로 길을 잃지 않는 공부.


이번 방학도 역시

아이보다 내가 먼저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책을 많이 읽기보다, 끝까지 읽고 싶었던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