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이 안 나.”
초등 4학년을 앞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같은 질문에 머무르게 된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혼자서도 제법 해내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붙잡아야 할 것 같고,
조금만 방심하면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바빠진다.
오늘 그릿 아카데미에서 <겨울방학 부모님 특강>을 들으며
계속 그렇게 질문하게 되는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장 오래 남는 말은
‘쌓이는 공부와 쌓이지 않는 공부의 차이’였다.
쌓이지 않는 공부를
강사는 이렇게 표현했다.
책장이 없는 상태.
책은 계속 사지만,
어디에 꽂아두지 않으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체계 없이 반복만 하는 공부는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지나간 몇몇 장면들이 떠올랐다.
아이가 문제를 맞히면
‘그래도 내용을 이해는 하고 있나 보다’
짐작했던 순간들.
사실은 이해했는지를 확인한 게 아니라
맞혔는지 틀렸는지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강의에서 말한 ‘전체 지도’란
목차를 먼저 보는 공부였다.
개별 문제에 들어가기 전에
이 단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이전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에 무엇으로 확장되는지를
먼저 아는 것.
큰 그림을 알고 개념을 배우면
아이 스스로도
지금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개념을 이해했는지만 확인했지
그 개념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남은 방학 동안 문제집을 펼치기 전에
목차부터 함께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강의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은 이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
맞힌 문제라도
왜 그렇게 풀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아직 진짜 실력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나타났다.
아이가 지난 학기 내내 풀었던
수학 문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
순간 화가 먼저 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숫자 단위를 줄여서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 보라고 했다.
아이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눗셈을 풀기는 했지만,
이해한 건 아니었구나.
예전에 한글 2년 가까이 가르치고 나서야
아이가 사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던 순간만큼 당혹스러웠다.
무작정 반복하는 공부로는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이번 방학에는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지보다,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봐야지.
“이 문제,
엄마한테 설명해 줄래?”
설명할 수 있는 공부,
목차로 길을 잃지 않는 공부.
이번 방학도 역시
아이보다 내가 먼저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