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바잉, 주식도 부동산도 하지 말자.
부동산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껏 내가 읽은 책들은 무조건 서울의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며 부동산은 안전하다는 것이었다.(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이 잘 나오는 이유가 바로 제일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글만 보다가 다른 논조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접하게 됐다. 그전까지 읽은 부동산 관련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어디에 있는 아파트를 사야 할까 혹은 어디 청약을 넣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지곤 했다.
그러다 김원장 기자의 <집값의 거짓말>을 읽게 되었다. 정말 집 값은 계속 오를까? 무조건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맞을까? 저자는 지금 혼란한 시장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실제 서울의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최소 50퍼센트에서 두 배는 올랐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실제 2008년 1월~2018년 1월까지 만 10년 동안 서울의 주택 가격은 15.11퍼센트 올랐을 뿐입니다.(물론 2018년 이후 2년은 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2018년 1월 국민은행의 서울의 주택매매 가격 지수는 91.1에서 2020년 8월 107.8로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 통계적으로 보면 18.3퍼센트 오른 것입니다.
어... 집값이 생각보다는 안 올랐잖아? 근데 우리 동네 몇억이 올랐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을수록 혼란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집을 사야 하는데 너무 올라서 고민이라고 말하는 이 시점에서, 저자는 묻는다. 정말 부동산이 오를 거였다면, 5년 전 압구정 현대아파트 5억이면 샀는데(지금 30억) 왜 그때는 아무도 사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홍철씨 그러니까 왜 그때 아무도 말을 안 했을까요)
부동산은 이상하게도 값이 떨어지면 시장이 얼어붙고 오르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사려고 하는 이상한 시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집값이 더 떨어질 거 같아서 아무도 사지 못하고, 더 오를까봐 하루라도 빨리 사려고 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른바 패닉 바잉은 주식시장에서만이 아니라 부동산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은 매일 아침 수많은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가져다줍니다. 이 상실감은 특히 집이 없거나 변두리에 집을 소유한 국민들을 자극합니다. 이들이 불필요하게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게 유도합니다. 선진국 어디에도 자가주택 보유율이 60~70퍼센트를 넘는 나라는 없습니다.
소득이나 자산이 부족하면 집을 사면 안 됩니다. 게다가 과도한 빚을 내서 구입하는 주택들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들은 서민들을 자극해 잘못된 경제적 선택을 부추깁니다. 이익은 주로 시행사나 대형 건설사로 옮겨 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런 기사는 "평당 1억" 혹은 "집값 두배로 상승" 이런 식의 기사들인데 사실 이렇게 오르는 집은 강남이나 몇몇 고가의 아파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전체의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집은 그렇게 오르지 않았는데 그럼 나도 오르는 곳에 투자를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거나, '더 늦기 전에 영끌해서 집을 사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2억을 대출받는다고 했을 때, 원리금 균등이나 원금균등상환을 해야 이자가 적게 나오지만, 이자만 내다가 만기 일시 상환을 하는 게 부담이 적지만, 대신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높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사실 요즘은 원리금 균등상환이 필수가 되었지만 말이다. 원리금 균등상환 시 총이자는 6,600만 원 정도가 나오고 월 739,239원을 상환해야 한다.) 2억을 빌리고 이자가 1억이 넘게 되거나 매달 원금을 함께 갚아가면서 상당한 금액의 고정지출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자는 사실 저것보다 높을 수 있을 것이다.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무리해서 아파트를 사면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부동산이 오를 거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이 오를 거라고 믿는 시장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식을 예로 들어 어떤 종목이 언제 상한가를 칠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주식을 하는 것도 신용으로 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하듯이 아파트를 사는 문제도 과한 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한 거라고 지금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내년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사실 너무 조급했는지 모른다. 덜 오른 지역이 어디 있을지 찾아보고, 그 와중에 집 값이 떨어지지 않을 만한 곳이 어딘지 살펴보고 하면서 진이 빠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은 나에게 휴식이 되었다. 너무 무리하지 말자. 한 번 더 이사를 해야 해도 괜찮다. 내가 이사할 집은 내가 살 집이지 내가 투자할 집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자. (기왕이면 잘 골라야겠다고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집을 사는 문제에 대해서, 혹은 이사하는 문제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섣불리 결정하지 않을 생각이다. 1년은 짧지만, 또 짧지만은 않다. 계속 공부하고, 살펴보고 알아보면서 천천히 급하지 않게 결정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