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를 하다 보면 책 광고가 눈에 띄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아이 앞에서는 핸드폰 안 하려구요>라고 하는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육아휴직 중인 엄마가 핸드폰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근데 정말 너무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오픈해서 읽기 시작하면서 충격받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왜 핸드폰에서 벗어나고자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육아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내가 이 정도까지 바닥은 아닐 줄 알았는데 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그런 순간. 작가는 그 순간을 너무 솔직하게 오픈했다. 나처럼 바닥을 만난 엄마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 또 우리 다시 한번 힘 내보자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겠구나 하고 나는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어서 자서 너 없이 혼자 노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너는 내가 어서 설거지를 끝내고 나와 함께 노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네...
너무 공감이 돼서 피식하고 웃었다가 또 한편으로 짠해졌던 글귀였다. 이 뒷부분에서 말하듯이 아이가 더 자라면, 이제 나랑 놀고 싶어 하기보다 자기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고, 혼자 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될 텐데 지금의 나는 그저 사라진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든 채워보려는 몸부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수유는 길어야 24개월이고, 기저귀는 3,4년이면 끝나고, 엄마 찾는 것도 초등학교 입학하고 친구들 사귀면 안 하게 된다고. 아이가 나에게 매달리는 이 시기를 누리고 즐기라는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사실 다 맞는 말이지. 품 안의 자식이라고. 더 이상 내게 안아달라고 하지 않을 때가 오면 나는 안아주고 싶어도 지금처럼 매일 안아줄 수 없겠지.
그런 반성의 시간을 지나면서 아이랑 있을 땐 아이에게 집중해주고, 화내지 말고 이야기하고, 친절한 엄마가 되자고 계속해서 다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나약한 엄마인지. 나의 컨디션과 기분이 바닥을 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분노의 화살은 아이를 향한다. 사실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걸 지나고 나면 다 알지. 아는데 그 순간을 나는 못 참고 못 넘기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유튜브 알고리즘은 오은영 박사님을 나에게 데려다주었다. 박사님은 다시 나에게 말해주었다.
아이에게 노여워하지 마세요.
좋게 말해도 못 알아들으면요? 아이가 너무너무 말을 안 들으면 어쩌죠? 하는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도 박사님은 말했다. 원래 아이는 천 번 만 번 가르치는 거라고. 절대 쉽지 않다고. 하지만 따끔하게 혼내지 않아도 아이는 바뀐다고 말이다.
아.. 나는 내 아이를 믿어주지 못하고 있었구나.
따끔하게 말하지 않으면, 더 단호하게 혼내지 않으면 너는 바뀌지 않을 거고 내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내가 너를 믿어주지 못했던 거구나.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의 민낯과 마주했다. 조금 더 너를 믿어볼게. 언제나 내 예상을 뛰어넘는 너라는 걸 기억하고, 너를 더 믿을게. 그리고 엄마는 오늘도 다시 다짐할게. 너에게 천 번 만 번을 가르쳐야 하듯이 엄마도 천 번 만 번을 다짐해야 하나 봐. 우리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