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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코끼리 Feb 04. 2024

힘들고 벅찬 내 아들 육아에 대하여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을 읽고


세상에, 내 아들이 왜 이러는 거야?


  큰 아이는 에너지는 넘칠지언정 규칙쟁이라 말로 설득도 되고, 하기로 한 것들을 잘 지켰기 때문에 (물론 치열한 싸움의 시기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키우기 벅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인스타에는 둘째가 태어나면 주로 달려있는 해시태그가 <둘째는 사랑> 혹은 <둘째는 발로 키운다> 이런 류인데 나는 둘째를 키우면서 첫째를 발로 키웠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일단, 우리 집 1호는 잠투정이 없었는데 2호는 잠투정을 한다. 그래서 아무 전조 없이 컨디션이 급락하는 편이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잠에서 깰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문제는 바로 그럴 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면 아이가 과격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사람 많은 곳에서 갑자기 절규하면서 뛰쳐나가거나 드러누워서 발버둥을 치기도 하고, 누나랑 의견이 부딪혔을 때 몸으로 밀거나 힘을 쓰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도대체 그걸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 상황에 마주하고 만 것이다.


  갑자기 뛰쳐나가서 미아 될 뻔한 경험이 있는데 내가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닐 때 우리 2호의 반응은 몰래 숨어 있는 거였다. 뭔가 엄마 아빠를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게 때린다고 될 일일까? 그럼 대체 얼마나 때려야 되는데? 날이 갈수록 나는 점점 내 아이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래, 육아서를 읽어야 하는 순간이 왔구나.


  내가 선택한 첫 번째 책이 바로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 이었다. 한 권 읽는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여기서 말하는 전부를 내가 한방에 다 지킬 수도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육아서를 꾸준히 읽으면서 내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 책, 서문에서부터 내 마음을 덜컥하게 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알아서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요행을 바라는 일이라는 말이었다. 알아서 아이가 잘 클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일단 이 책에서 말하는 건, 아이와의 깊은 유대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와 '특별한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건 긍정적인 관심을 통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30분 정도씩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며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함께 하는 것이다. 못해도 일주일에 3, 4번씩은 가져야 한다고 한다. 

출처: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 이보연


   요즘 방학이라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애 혼자 놀 수 있는 것만 챙겨줬는데, 하루 30분이라도 밀도 있게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째와도 첫째와도 어떻게든 30분이라도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차피 조금 더 크면 나랑 안 놀고 친구 찾을 테니까. 


  그리고 아이를 훈육하면서 내가 곤란함을 느끼는 지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신랑과 나의 훈육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한 생각은 일치하지만 훈육의 우선순위와 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보니까 그걸 조율하는 게 너무 어려운 것이다. 고집부리고 옳지 않은 행동을 한 번에 하나씩만 하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를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고칠 수 있게 하자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 우선순위에 대해 조율이 잘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엄마가 있을 때 엄마가 넘어가 주는 행동과 아빠가 있을 때 아빠가 넘어가 주는 행동을 파악해서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고집을 부리고 떼쓰는 행동이 계속되는 것이다.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내가 받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가 없어서 막막하기만 한데, 이 책이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출처: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 이보연

  예전에 침착함도 전염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걸 알겠다. 일단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먼저 해야 하는 건 내가 먼저 평온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이의 행동이 내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사실은 그런 내 반응이 아이의 버튼을 누르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그리고 책에서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나쁜 손'이라거나 '깡패'라든가 하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는 건 아이가 본인을 공격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 당황했다. 침 뱉는 행동을 했을 때 '나쁜 입'이라고, 누나를 때리거나 미는 행동을 하면 '나쁜 손'이라고 종종 표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을 부르는 것도 조심하라는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출처: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 이보연

  내가 큰 아이 이름만 부른 건 정말 셀 수도 없다. 근데 그 뉘앙스로 인해 아이의 자가 개념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 선생님... 저는 그냥 입을 닫고 살아야 하는 건가요... 


  큰 아이는 딱히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뭔가 나와 대립되는 상황이 왔을 때 아이에게 훈육을 넘어서 내가 화가 났다는 걸 양껏 표현하고 싶어서 그만 말해도 된다는 걸 알아도 쉽게 말이 멈춰지지 않고는 한다. 이건 정말 내가 고치고 싶은 건데 아직도 쉽지 않다. 

출처: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 이보연

  그러나 그 비난의 말과 심지어 표정까지 아이에게 생생하게 기억된다면 내가 고치기 힘들다고 변명만 하고 있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출처: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 이보연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화내고 분노하고 할 게 아니라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하는 게 옳은 행동인지를 알려주는 게 올바른 부모의 반응이고 태도라는 걸 기억하자. 

출처: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 이보연
아이와 싸울 필요는 없다


  내 마음에 가장 와닿은 문장이었다. 잘못된 행동이라고 설득하려고 하지 말자. 싸우지 말자. 그저 알려주자. 그리고 내가 먼저 침착하고 평안함을 찾자. 일단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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