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를 읽고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 지는 제법 오래되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사실 오은영 선생님처럼 할 자신이 없어서 더 선뜻 손을 못 댄 것도 있었는데 육아가 점점 벅차다고 느끼게 되면서 육아서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책을 들어버렸다. 그동안 매체에서 볼 때마다 '아, 저렇게까지는 못하겠는데 어쩌지...'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이 책도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씩 만이라도 고쳐나간다면 좀 더 좋은 대화를 하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결론을 말하면 이 책은 두고두고 매일 조금씩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었다고 해서 이 말들이 내 입에 붙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은 두고 매일매일 한 챕터 씩이라도 읽어야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혼낼 일이란 없어요. 가르쳐 줘야 하는 일만 있습니다.
출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24p
늘 아이를 혼내느라 정신이 없는 하루의 연속이었는데, '혼낸다'라는 게 아니라 '가르친다'라는 것만 내 마음에 잘 새겨둔다면 내 말의 상당 부분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 안의 분노도 좀 더 잘 다스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아이는 부모에게 사과할 만한 일이 없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 얼마나 덜컹했는지 모른다. 별거 아닌 일로 내 아이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건 미안할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었지만 아이는 왜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을까. 그동안의 관계 속에서 내가 아이를 감정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던 건 아니었나 돌아봤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을 해결해 주려고 합니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더한 것 같아요.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지 못해서 속상한 아이의 마음, 마음에 든 샌들을 사지 못하고 돌아와 아쉬운 아내의 마음은 그냥 두어야 합니다. 마음은 해결해 줄 수도 없고, 해결해 줘서도 안 되는 거예요. 마음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마음의 주인뿐이에요.
출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p44
아이가 징징댈 때, 화를 낼 때, 나는 너무 쉽게 그만하라고 말해왔다. 아이의 마음은 아이의 것인데 마치 내 것인 것처럼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아이의 마음을 향해 그만 정리하라고 말했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그래서 나는 결국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탓하며 수없이 화를 내고 후회하는 것이었다. 마음을 해결할 수 있는 건 그 마음의 주인뿐이라는 말을 보기 전까지 나는 내 아이의 마음도 내가 진정시켜야 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줄이려면 밑바닥에 깔려 있는 '화'부터 줄이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화는요, 공감으로 줄어요.
출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p165
아이가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할 때, 그래서 결국을 드러눕고 소리 지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도 나는 그저 저 마음을 진정시켜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먼저 그 화를 줄여야 하는데 그 방법은 공감이라는 걸 읽고 나서도 나는 같은 상황에서 공감의 시도를 하다가 지쳐버리고 말았다. 결국 나는 제대로 내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제대로 공감을 해주지 못했었다는 걸 새삼 느끼고 만 것이다.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는 거예요.
출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p135
아이가 뭔가 더욱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더욱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그 시동이 걸리려는 기색이 보일 때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걸 다시 다짐해 본다. 아이가 뭔가 억울한 상황이 크게 생기기 전에 개입해서 중재해 주고, 잘 못 알아듣는 상황으로 인해 화를 터뜨리기 전에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그래도 모르겠으면 그 상황을 이해시키려고 애쓰고) 하는 과정들은 사실 크게 애써야 하는 일들은 아니다. 다만 내가 아이를 먼저 살펴줄 여유만 있다면 말이다.
며칠 전이었다. 1호가 뭔가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 말 때문에 2호가 자극이 되어서 절규하고 난리가 나는데도 1호가 계속 말을 그치지 않아서 화가 났었다. 그만 이야기하라고 말을 했을 때, 아이가 그랬다. "하던 말은 다 해야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쌓여 있던 그 모든 말을 쏟아내야만 내 말이 끝난 것 같아서 1절만 해도 되는 이야기를 4절 5절까지 하고는 했기 때문이다. 도무지 중간에 말을 그치기가 힘들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친구랑도 나누었었다. 나도 못하는 걸 아이에게 요구한 거라는 생각에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안타깝지만 친절해도 말이 길어지면 잔소리예요. 잔소리는 감각이 예민한 아이를 더 짜증스럽게 만듭니다. 아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소리에 예민해서 싫은 겁니다.
출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p229
차라리 내가 입을 닫는 게 좋은 육아가 될 것 같다는 내 생각은 과연 옳은 생각이었나 보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는 말을 하고, 나는 말을 줄이기로 생각했다. 이게 제일 실천이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내가 해야만 하는 한 가지라는 걸 느꼈다. 왜냐면, 이 비슷한 문장마다 내가 표시를 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가장 내 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어본다.
항상 엔딩이 중요합니다.
...
아이는 부모의 첫 마음보다 마지막 행동을 기억한다는 것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출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p128
내가 이 부분을 읽고 남편에게 공유하고자 이야기할 때 옆에서 같이 듣던 1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엄마. 난 아직도 기억해." 순간 뭘 기억한다는 건지 몰라서(화를 너무 많이 내니까..;;) 물었더니 "엄마가 나랑 다시는 안 나갈 거라고 했잖아. 나 그거 기억해. 물론 앞뒤 다른 상황이 있었고 경고의 의미로 또 그런 행동을 하면 너랑 둘이서 나가지 않겠다고 말을 한 것이긴 하지만, 아이의 기억에는 그저 엄마가 화낸 것과 그 말만 남은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함께 나간 건지 그 첫 마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내 마지막 말과 행동을 기억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오늘이 언제나 내 아이에게 말을 거는 첫 날인 것처럼 내 체력이 바닥이 나는 저녁 즈음의 시간은 매일 그날 아이가 기억할 내 모습이라는 걸 되뇌어 본다. 오늘 네가 기억할 내 얼굴이 무서운 얼굴이 아니라 웃는 얼굴이기를, 그리고 따뜻한 말이기를. 그런 의미로 지난번 읽었던 책 <까칠하고 공격적인 우리 아이 육아법>에서 말한 칭찬 노트를 매일 써야겠다. 그리고 책에서 말한 것처럼 잠자리에서 꼬박꼬박 읽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