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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안아주는 일

by 엄마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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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직 아이들과 다 같이 안방에서 잔다. 큰 애는 안 그랬는데 둘째는 자면서 팔 베개를 해주듯 내 목 밑으로 손을 밀어 넣고는 한다. 혹은 발을 밀어 넣고 잔다. 끝없이 내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어떻게든 나한테 붙어서 잔다. 자기 전엔 엄마도 안아주고 아빠도 안아주고, 뽀뽀 세례를 퍼붓는 게 수면 의식이다. 아이를 꼭 안을 때면 내 안에 있던 모든 화가 사라진다. 화내느라 가슴에 차올랐던 불쾌한 감정의 찌꺼기도 금세 사라지고 만다. 혹시 재우면서 분노가 폭발하게 되면 잠든 아이 옆에서 혼자 죄책감과 미안함에 잠을 설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아이는 잠이 덜 깨서 눈이 잘 떠지지 않으면서도 흐느적거리며 걸어와서 답삭 안긴다. 그렇게 아이를 안고 있으면 내 안에 닳아 없어졌나 싶었던 충만한 감정이 차오른다.


큰 아이는 이제 10살, 작은 아이는 7살이다. 미운 4살 죽이고 싶은 7살이라고 하지만 우리 집은 첫째도 둘째도 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둘째가 좀 벅차다 싶었는데 자라면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래서 7세는 마지막 불꽃처럼 타오르는 아기 시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걸 다 알면서도 자꾸만 지금이 소중하다는 걸 잊는다. 자꾸 나를 안아주는 둘째는 안아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엄청 매달린다. 앉아서 책을 보거나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고 있을 때면 뒤에서 나를 타고 올라 목에 체중을 싣고 매달리는 것이다. 정말 진심으로 목 디스크가 올 것 같다. 목이 너무 아프고 글씨를 쓸 수도 없고 보던 책의 글씨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리 가.", "그만해.", "적당히 하자." 이 세 문장이 내가 하루 종일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말을 하면서도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이렇게 매달리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금만 더 크면 더 이상 나를 안아주고 지금처럼 뽀뽀해주지 않을 텐데. 그때가 되면 서운하고 속상해서 지금이 너무 그리울 텐데 하는 수많은 생각에 심란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정말 아프고 힘이 들어서 좋은 말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저리 가라니. 나중엔 제발 얼굴 좀 보여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ac1681c8-8436-49e3-ae70-fc5af945820b.png 출처: 챗GPT

아직 오지도 않은 아이의 사춘기가 생각만으로도 철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큰 애는 벌써 10살이라 사춘기의 문턱에 있다는 느낌이 온다. 조잘조잘 나에게 끝없이 말하고 싶어 하는 그런 날이 지금도 많지 않은데 그때는 더 할 것이다. 우리 아래층엔 아들만 하나 있는 집이 있다. 그 집에서는 밤이든 새벽이든 시간도 상관없이 엄마와 아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절규하듯 소리 지르는 엄마의 소리를 들을 때면 내 마음은 한없이 심란해진다.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말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저기 저 아이의 이야기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새벽에도 아래층 아주머니의 절규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그 아들은 사춘기가 지난 성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우리 아들을 보던 아주머니의 애틋한 눈빛 속에는 내 아이를 통해 당신 아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추억이 물들어 있었다. 그렇게 애틋했던 모자사이는 사춘기라는 터널을 지나며 어긋나 버렸고 여전히 어긋난 채로 있는 것이다. 그게 내 이야기가 되지 않기 위하여, 지금 부지런히 너를 안아야겠다. 사춘기가 되었을 때 한 발 물러서 너를 기다려줄 수 있도록 내가 충분히 안을 수 있는 지금의 너를 오늘도 힘껏 껴안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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