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진 Apr 27. 2021

소설의 본질을 갖춘 러브 판타지 -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월드의 시작으로 뛰어들다!


정세랑 월드의 시작은 나의 콤플렉스 중 하나인 '덧니' 를 제목으로 내세운 <덧니가 보고 싶어>. 얇으면서 독특한 스토리 전개가 그 자리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독하게 만든다. 정세랑 월드에 다시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첫 작품 <덧니가 보고 싶어> 는 어땠을까.



STORY

투잡 뛰고 있는 여성 '재화' 의 세컨드 직업은 작가. 일과 여러 고민에 치여 하루하루가 지치지만 언젠가 첫 작품을 낼 수 있다는 희망에 차 있다. 그녀에겐 오래 전 헤어진 남친 '용기' 가 있다. 물론 그에겐 여자친구가 있으며 현재는 보안 업체 직원으로 주로 야간에 일한다.


'재화' 는 출판사에 제출하기 위해 단편 작품을 다시 손보기 시작하는데 같은 때에 용기의 몸에는 재화의 소설 중 몇 문장이 몸에 문신처럼 새겨지게 된다. 연락 안한지도 오래 되었는데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걸까. 제목 <덧니가 보고 싶어> 의 뜻은 무엇일까



그저 재밌다. 독특한 러브 판타지


정세랑 작가의 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는 주인공 재화와 용기의 이야기가 짧은 챕터로 번갈아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재화 파트에서는 현재 상황이 서술된 후, 수정해야만 하는 단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이야기의 영향이 반드시 용기에게 미치게 된다.


작품의 포인트는 재화가 풀어놓은 몇 편의 단편에 있다. 완전 독립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는 단편들은 <덧니가 보고 싶어> 자체가 하나의 단편집으로 느껴질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재미있다. 설정도 다양하다. 용 (DRAGON) 이 나오기도 하고, 우주와 또 어딘가의 가상 세계 등 동시에 여러 편을 집필한 느낌마저 든다. 단편의 마무리가 용기와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조금 약하게 느껴지나 이야기 자체가 재밌고 기발하기 떄문에 손을 놓을 수 없는 마력이 있다.

그리고 유머스러우면서도 무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거 같은 메시지를 담은 단편과 더불어 현실 세계를 고민하는 재화의 이야기에는 와닿는 부분도 있다.


친밀감이란 기분 좋은, 심지어 약간 맛있는 냄새가 나는 향초 같은 것. 오래 초를 켜두어 드디어 집안에 향기 벨까 싶었더니 사악한 바람이 모두 씻어가 버렸다. 그토록 쉽게 사라진다.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인으로, 독립적인 경제인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며 간절히 유지하고 싶은 상태이다. 그러니 이렇게 가끔씩 자기 점검을 해야 한다. 뭔가 중요한 부분이 고장나버렸다면 더욱 들켜서는 안 된다.


완전히 분리된 두 사람의 이야기로 90% 정도를 끌고 가되, 현대 직장인으로써 되새겨보는 삶의 중요한 개념을 다루는 부분은 묘하게 절대적으로 공감간다.


급작스레 마무리 되는 듯하여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재화와 용기란 인물이 헤어진건 알지만, 재화는 어째서 그렇게 단편에서 수 없이 주인공을 죽일 정도의 미운 감정을 남긴 건지. 그러나 둘의 과거 이야기를 더 길게 풀었다면 판타지로써의 짤막한 여운은 없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제목 <덧니가 보고 싶어> 는 용기가 내뱉어야 하는 말이다. 서로 다른 깊이에 빠져있어 소홀해지게 된 둘의 관계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이 삐집고 솟아오른 재화의 덧니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은 덧니 보유자인 재화의 비중이 너무 많다. 그녀의 이야기, 덧니를 가진 재화의 이야기가 보고 싶다는 의미인것일까.


여유가 있는가. TV 와 유튜브를 보기 보단 정세랑 월드의 첫 여정을 재밌게 웃음과 함께 빠져보는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 자신이 되기 위한 몸부림 [내 심장을 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