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 내가 사랑하는 빨강/ 허윤선

훠궈에게 바치는 러브레터

by Harong

훠궈....!! 훠궈에 대한 책이라니..!!

북클럽에서 설을 앞두고 훠거를 먹으며 훠궈에 대한 책 나눔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말이 너무 기발하고 웃기기도 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그날이 더욱 기다려졌다.


우리 뽀로로와 친구들은 훠궈, 샤브, 마라탕, 마라샹궈 등을 즐겨 먹고 마라란 마라는 다 사랑한다.

특히 나와 패티(뽀로로와 친구들 등장인물로 별칭 하겠다)는 같은 콘도에 살고 있다. 나와 해리는 같이 사는데, 자주 패티네 집을 가거나 우리 집에 모여 훠거를 해 먹는다.


처음에는 하이디라오나, 훠궈 전문점(무한리필 등)에 가서 먹곤 했는데, 집에서 한 번 해 먹어 보니 가격이 반값이 되어버리는 마법을 경험하고부터 가게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해 먹곤 한다. (그리고 패티는 훠궈 반반 냄비 소유자며, 해리는 이제 마라샹궈 요리의 달인이 된 거 같다.)


요즘 훠궈에 꼭 넣어먹는 면이 있다. 도삭면! (daoxiaomian) 꼭 넣어먹길 정말 강력 추천한다.

밀 도삭면
패티의 반반 훠거 냄비


이 시점까지 난 여태껏 카오위를 못 먹어봤는데,,,, 책을 읽는 내내 훠궈와 카오위가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고 마라를 자주 접하기 때문에 작가님이 출장이나 여행을 떠난 해외에서의 에피소드가 나올 때면 괜히 반갑고 공감이 되었다.


사실 책이 온통 훠궈에 대한 예찬과 경험들이라 책 나눔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훠궈를 먹으며 책에 대한 얘기도 오갔고, ’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음식‘은 어떤 건지를 나눠보기도 했다. 훠궈 먹느라, 또 너무 맛있어서 나눔은 짧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이었다.(정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도 생각해 본 몇 가지 질문과 하이라이트를 발췌해 보았다.


[롸잇타임, 롸잇 띵]

때때로 다시 써보려고도 해 봤지만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달라진 것만 같아서, 그 원고는 지금까지 그대로 있다. 훠궈 냄비 밑에 가라앉은 채소처럼…. 그 원고들을 생각하면 조금 슬퍼진다. 이 책이 부디 알맞게 익은 양상추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것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훠궈도, 글도.


Q1. 저 밑 채소들로 아직 남아 끝내지 못한 게 뭐가 있는지, 더불어 알맞은 타이밍은 언제일까. 잘 익었다! 싶을 때.


[로맨스냐, 비장미냐]

홍콩에서 <무간도> 영화에 나오는 훠거집을 찾아 지인과 함께 무서운 분위기에 ‘주거 중심 지역’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여자 둘의 ‘훠궈를 좇는 모험’은 그렇게 끝났다.

Q2. 두렵지만 내가 쫓아보고 싶은 모험은?


[언제나 마음까지 데워주는 것]

혼란과 혼돈의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는 게 좋았다. 그제야 부족하고 미운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있었다. 30대도 끝을 향해가는 지금은 글쎄, 어른이란 뭘까? 여기엔 대단한 증명도 명제도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잘 아는 일. 내가 타고난 기질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여러 변수를 다루는 일. 매일을 잘 꾸려가는 일. 그게 어른이 되는 일인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다.


Q3.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이 조금 시린가 싶을 때 훠궈를 먹는 일 같은 거다.

Q.4 마음이 시릴 때 하는 나만의 루틴


[일시적인 식욕부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때때로 타인들을 위해 애쓸 때가 있다는 게 다정하게 느껴진다.

Q.5. 나는 어떨 때 내 즐거움을 조금 뒤로 미루는가?



나는 이렇게나 무언가를 너무나 원하고 좋아해서 글을 쓸 정도의 앎과 애정이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이토록 좋아한다는 게 참 애틋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때로는 생기 있는 삶을 살게 한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그리고 그런 것이 관계를 통해 나오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는 것을. 또 다른 행복이라는 것을. 그런 행복과 함께 소소하게,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아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해 보는 경험을, 그런 건강한 종류의 ‘집착’을 한 번쯤 모두가 해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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