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예술
작가란, 삶의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이라고 그 믿음을 위해 고통을 지나고, 결국 생명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고.
문학을 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만 유용할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갖출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경리 작가는 힘들었던 가정환경도 있었고,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광복에이르기까지 한국사의 비극과 함께해 온 작가이다. 그래서 개인의 삶과 문학을 일치시킨 글이 많고 고통과 상실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작가가 글에서 언급한 말이 계속 맘에 맴돈다.
'작가는 슬픔을 사랑해야 합니다. 있는 대로를 견디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자기 나름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 자기 나름의 틀도 한번 짜보세요. 교본과 틀리다 해서, 남이 하는 말과 다르다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언제까지나 남이 만들어놓은 틀에 매달려 있다 보면 창작의 길은 막혀버립니다. 보편성을 수립하면서도 창조는 늘 관례를 깨고 나가야만 해요
즉 사람의 삶은 각기 자기만의 것이며 자기만의 삶 자체도 순간순간 새로움인 것입니다. 그러면서 모든 사물과 연관되어 있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자기만의 우주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우주와 통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인생이란 지극히 내밀한 것이자, 또 각자 자기 자신만의 것이므로 그러한 평가는 타인의 기준이며 진정한 삶에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수재도 천재도 아닌 자신에 대하여 실망할 필요가 없고 자기 특성에 순응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 그 모든 사물을 넓게 깊게 바라보며 받아들이며 삶의 본질에 접근해 가야 합니다.
나는 박경리 작가가 사람을 참 사랑하는, 생명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내내 자존감을 키워주는 말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도전해보고 싶게끔, 세상에게 어필이 되지 않더라도 나만의 눈과 나만의 개성으로 살아보고 싶게끔 한다. 물론 나는 그런 삶을 지향하고 도모하는 편의 사람인 것 같지만, 아주 옛날분이 그 시절에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 더한 도전이 된다.
창조는 늘 관례를 깨야만 하는 일이고, 자기만의 우주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으며 그런 다할지라도 결국 우주와 통합되어 있는 일이라는 것. 타인의 평가는 오롯한 타인의 기준이며, 천재가 아닌 나에게 실망할 필요도 없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 자체로 존재하면 된다는 사실들.
내가 나 자신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왜 너는 그러지 못하냐'는 말대신 그러지 못하더라도 당연히 괜찮고,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음을 말해주지 못한 이야기 들이었다.
자기 내부의 불씨를 살라야지요. 아예 불씨가 없다면 문학에서 손을 떼는 게 옳고, 제 눈에 보여야 하고 마음속에 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체험이든 간접체험이든 아니면 국외자로서 지켜보았던 일이든 간에 어떤 동기에 의해 마음에 와닿거나 할 때 그것에 다가가 보세요. 그러면 글을 쓰고자 한 사람 심중에 무엇이 스치고 갔는가.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업입니다. 아주 작은 기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슬픔을 사랑해야 합니다. 있는 대로를 견디어야 합니다
사실에서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작가는 자기 자신에게서도 자유로워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삶을 예술로 승화한 사람들, 그러니까 인생 자체가 예술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 예술이란 말 대신 아름다움이라 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승화된 삶이라 해도 좋겠지요. 크나큰 사랑 말입니다.
북클럽에서 나눈 주제 중에 '모든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 (혹은 예술가일까?)' 하는 질문을 받았다. 처음엔, 모두가 될 수 있지만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예술이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에 발췌한 문장들이 비단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느 한 지인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자기 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분은 회사를 다니시지만 사이드잡으로 프리랜서 일을 하신다. 그분의 가족들은 다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데 본인에겐 타고난 예술적 재능이 없다고 하셨다.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의아했다. 예술성이 있을만하신데, 전시회를 좋아한다거나 악기나 문학적인걸 좋아하신다거나 -물론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에 깊이 빠져 비슷하게라도 시도해 볼 정도로 예술적 이어 보이는 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 책을 읽어내리며 그 분과 한 번 더 그런 이야기가 오갈 때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 이분이 구상하고 기획하는 일들이 이미 있는 일과 직업이지만 굉장히 창조적인 일이구나. 끊임없이 시대와 트렌드를 읽고 자신의 분야에서 아는 것을 넓혀가며 그것을 적용하고, 클라이언트들의 비즈니스에 맞는 전략을 구상해 주고, 어떻게 하면 이 분야를 더 잘 살려 나갈 수 있을지 기획하는 일. 그 일 또한 예술임을 알았다.
꼭 직업분야만이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마주하는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고 견뎌낸 다는 것, 내게 있는 사랑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선을 베풀고 어떤 식으로든 내가 믿고 확신하는 선한 행동들을 하며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나의 삶을 예술로 승화한 삶이 아닐까.
그것이 타인에게든 나 자신에게든 예술은 선을 동반하는 일인 것 같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의 필요에 등 돌리지 않고 그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쏟게 되는 일이야말로 예술이 아닐까 하는.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의 필요가 있다면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선하게 싸우고 격려하고 보살피고 지키며, 결국 생명의 편에 서는 우리이길.
그런 창조적인 삶을 살아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