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박경리

자유를 지키는 법

by Harong

김약국의 딸들은 지난 책이었던,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의 저자인 박경리 작가의 장편소설 중 하나이다.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후반부터 해방이전까지 경남 통영 바다를 배경으로 전근대적 가치와 근대적 변화 사이에서 몰락해 가는 한 집안을 그리고 있다.


전통 사회가 무너지고 근대 국가로 전환되는 격동의 한국 근대사가 배경이다 보니 시대적 배경과 맞닿아있는 인물들의 가치 충돌과 인간의 존엄성, 봉건적 사상의 잔재들로 뒤덮여있다.

가족과 개인, 봉건과 근대적 자아의 발견이 맞붙고 엉겨져 흘러가는 모습 속에서 혼란과 방황, 비극의 크기가 불어나보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 보니 이 내용들을 개인의 이야기로 치부하기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단적 아픔에 가깝고, 또 현재와도 맞닿아있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특징을 보면 시대에 따른 여성상이 딸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대에 순응하며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과 그 시대에서는 혁명이라 할만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도 볼 수 있었다.


여성의 삶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시대가 개인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보았다.


만약에, 자신이 선택한 삶이라면 그들은 행복했을까.


낭만적 사랑, 자유연애, 서구식 문물 및 사상, 기본권, 존엄성과 평등. 사실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어쩐지 왜곡되고 뒤틀리며, 더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는 야비하고 무식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고 죽이기 십상이었고, 여성의 권리는 바닥이었다.


지금의 시대는 가식과 유식이 판을 친다. 더 교묘해졌고 더 해결하기 복잡해졌다. 평등한 입장에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졌지만 말은 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선택의 자유는 남용됨으로써 ‘책임’이라는 것을 더 가볍게 만들었고, 인간의 존엄성은 높아졌음에도 인간은 여전히, 아니 갈수록 더 서로를 물어뜯고 힐난하며 존중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성평등이라는 단두대에 올라야만 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인데도 평가와 비교, 타인의 시선에 철저히 굴복하게 만드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동전의 양면성이라 해야 할지, 극복할 수 있는 과제일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이렇게 깊어져 벌어진 갈등의 골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전의 시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일까.

지금 나의 삶과 우리 사회에 시급하게 적용해봐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선택과 기회 앞에서 조금이라도 덜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기적으로 살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가끔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할 필요도 있다. 그 선택의 때와 수위를 잘 알고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요구되지만 말이다.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지만, 그 선택 앞에서 여전히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마치 지니의 요술램프마냥, 저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까지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특권이 생겼다.

하지만 한때 인간의 소원이었던 주체성을 갖게 되었을 때 얼마나 더 큰 욕심을 내게 되는지, 인간은 그렇다.

인간은 결정적일 때 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그것이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기에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요즘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도 나오는 중요 포인트인 ‘선한 선택’이 인간의 삶을, 인간 공동체를 더 살만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난 우리가 선택한 선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올 거란 믿음이 있다.


그래야 우리가 어렵게 갖게 된 이 자유가 더 자유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3화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