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빵 독립기

달콤한 호빵의 매력... 그러나 용납할 수 없는 탄생의 비밀

by 찐추아

뭐 대단한 신념이나 정의감은 아니었다. 그저 뼈와 살을 일구는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벌어진 사고라기엔,

또 대처라기엔 납득이 안 될 뿐이었다.

2022년 10월 한 빵 공장에서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다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를 접했을 때, 나는 그 집 빵을 끊었다. 사람이 죽은 자리를 천으로

덮어놓고 동료들은 옆에서 빵을 만들었다는 뉴스에 그만 구역질이 나왔다.

나 하나 안 먹는다고 빵 재벌이 시장에서 퇴출되진 않겠지만,

작은 돌 하나라도 얹는다는 심정으로 내 돈 주고 사 먹지 않았다.

통신사 할인으로 아무리 꼬셔대도

그 집 빵부터 끊기 시작해서 아이스크림과 도넛도 불매했다. 한창 포켓몬 빵이

유행할 때라 아이들이 사달라고 졸라도 사주지 않았다. 나의 결의를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겐 먹일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빵을 만들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 옆에서 다시 빵을 만들게 시킨 나쁜 빵집이야. 이런 기업의 빵을 계속 먹으면 잘못도 모르고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거야”

“이 빵의 달콤함 뒤에 그걸 만드는 공장 사람들의 눈물이 배어있어.”

“엄마가 이런 빵 공장에서 일한다고 생각해봐. 이제 갓 20살 넘긴 언니도 여기서 빵을 만들다 사고로 죽었는데, 공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안 했어.”

알아듣지도 못하는 얘기를 비장하게 했지만, 초딩들이 수긍할 만큼 피부로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두 번, 세 번 다시 얘기했지만 매일 밤마다 편의점으로 공수되는

희귀한 포켓몬빵 앞에서 소용없는 잔소리였다.

그래도 꿋꿋하게 안 사줬다. 아이들이 몰래 사 와서 방에서 뜯어보고 스티커를 확인하고 흔적없이 먹어 해치우는 완전범죄를 들키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그때마다 듣기싫은 잔소리를 계속 해댔다.

일러스트 김윤호

그 집 초코빵과 애플파이를 하루아침에 못 먹게 된 아이가

마트 빵이라도 사달라고 했다. 드디어 조기교육의 효과를 보나보다 뿌듯함으로

호기롭게 마트 빵 투어를 갔던 날의 좌절감. 호떡부터 밤만주, 소보르까지 마트 빵의 98%가 그 집 빵이었다. 그 빵집이 반복되는 근로자 사망사고에도

타격감 없이 유지되는 구조적 문제가 여기 있구나 실감했다.

겨울이 다가올 즈음의 가장 큰 난관은 호빵이었다. 99%가 그 빵집,

사실상 독점구조였다. 다른 빵은 다 끊어도 호빵을 끊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뜨끈뜨끈한 야채 호빵을 가를 때 퍼지는 그 불량스러운 풍미의 중독성이란,

라면이나 양념통닭처럼 대체불가한 것이었다.

애들 앞에서 있는대로 신념있는 척 했는데, 꺾일 수는 없는 일.

호빵 대신 찐빵을 만들기로 했다. 마침 동지 팥죽용으로 졸여놓은 팥소도 있겠다,

이스트를 주문해서 집에서 찐빵을 만들었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줬던 기억도 있고 레시피를 찾아보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팥찐빵을 만들어보고 할 만하면 야채 찐빵도 도전해 볼 생각으로 일단은 반죽을

시작한다. 아무래도 찐빵이니까 반죽의 발효가 가장 중요하겠지.

미지근한 물에 이스트 한 스푼을 넣고 살살 저어 녹인다. 다 녹았다 싶으면 중력분을

넣고 질척한 느낌이 들게 반죽을 한다. 적당히 치댄 후에 따뜻한 곳에서 발효. 요거트, 수제비, 만두 반죽을 할 때마다 쓰이는 헤어세팅캡을 또 요긴하게 쓴다.

수건으로 돌돌 만 반죽을 안에 넣고 30분.

오호라~ 반죽이 제법 부풀었다. 한 개 크기로 떼어서 팥소를 넣고 완성.

밀가루 반포정도 했더니 7개쯤 나왔다. 찜기에 쪄내니 제법 그럴싸한 찐빵이 됐다.

맛도 꽤 괜찮았는데, 팥을 안 먹는 딸아이는 결국 손도 대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두어 번, 야채 찐빵까지 야심차게 도전해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그러나 호빵의 불량한 풍미까진 따라잡지 못하니

손맛 따위가 흉내낼 수 없는 특유의 기계 맛이었다.

어찌됐든 우리는 호빵으로부터 독립했다. 덕분에 주기적인 빵셔틀도 줄었으니

가계 경제에도 도움이 됐겠지.

이후로 3년째 되던 얼마 전 또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들렸다.

각종 선물 쿠폰에 못 이겨 중간에 몇 번 도넛과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서 그랬을까.

몹쓸 아이스크림 케이크!

달콤한 유혹에 몇 번 넘어간 유약함을 탓했다. 요즘엔 크보방이라고,

프로야구 흥행에 숟가락 얹은 교활한 마케팅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스포츠 KBO까지 욕을 먹이는 기업의 행태가 탐욕스럽기 그지없다.

포켓몬 빵으로 애들 홀리고, 크보빵으로 야구팬 홀리며 근로자들의 안전관리는

등한시하는 기업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피해자들에게 반성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원재료값 인상을 탓 하기엔 빵값도 너무나 비싸다. 한번 올리면 낙장불입이라, 내리지는 않으니 점점 더 비싸진다. 소심하게 크보빵 항의 트럭에 소액을 기부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진짜 내 인생에서 SPC는 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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