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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달달 Jan 04. 2022

직장인 뭐 있나요, 승진이랑 월급이지

드라마 <미생>과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결국 돈인가. 돈이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나. 직업을 잃은 것뿐인데 직업을 잃으니 돈이 없다. 돈이 없으니 내가 없어진 기분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권, p.217>

직장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사람마다 처해진 상황이 다르니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돈 때문에 회사에 다닌다, 자아실현도, 자기 계발도 다 그 다음이고 우선은 밥벌이. 불로소득이 존재하지 않으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는 나 자신조차 부양할 수가 없다. 결혼을 한 경우라면 부부가 합의한 후에 배우자 중 한 명이 다른 배우자를 부양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 35세에 퇴사한 남편이 사는 것도 서로 동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편은 엄밀히 말하면 퇴사자가 아니라 공시생이다. 우리가 공무원 부부가 되거나 남편이 전업 남편이 되거나 2022년 바로 올 해의 공무원 시험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테다. 돈 때문에 직장생활을 한다고는 했지만 사실 돈이 전부인 것은 또 아니다. 돈만 생각했다면 그가 은행원으로 사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훨씬 큰 이익이기 때문이다. 


2021년 연가를 사용하지 않음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우리 대학의 경우 최대 7일까지 가능했다. 휴가를 다 써도 상관없고 7일 치 보상을 받는 것도 상관없으나 보상받지도, 쉬지도 못한 잔여 휴가는 버려진다. 내 앞의 동료는 7일을 보상받았지만 사용하지 못한, 무려 8일의 휴가를 날려버렸다. 나는 입직한 이래로 2021년에 처음으로 연가보상비를 받게 되었다. 2014년만 해도 1년 미만 공무원의 최대 연가는 3일이었고, 해마다 점차적으로 늘어났지만 만 5년을 꼬박 근무한 후에야 최대 21일의 휴가가 주어졌으니, 21일의 휴가를 다 받은 것은 몇 해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현재는 남편이 공부하는 틈틈이 육아에 도움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독박 육아 상태에서 돌발상황에 대처하느라 연가를 다 소진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전 국가기관이 긴축재정에 돌입하여 연가보상비를 일절 받지 못했다.


 447,720원. 2021년 7일의 연가를 미사용함에 따라 일을 하고 받은 금액이다. 공무원의 연가보상비는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본봉 X86% X1/30

일반직 공무원 8급 7호봉은 2,231,200원,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하루치 보상금액은 63,960원, 하루 8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7,990원을 받았다. 2020년 최저임금 8,72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인 셈이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만 7년이 지나는 동안 8급으로 승진을 했고(강임을 한 번 했다) 지금은 8년 차인데도 연가보상금액이 최저시급을 밑돌다 보니 나보다도 연차가 적은 저 연차 공무원들은 차라리 쉬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일반직 공무원은 승진하면 1호봉을 내린다. 승진 후 호봉만 그대로 유지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질 텐데 야속하지 않을 수 없다. 2월이면 8급 8호봉이 되는데 만약 승진을 하게 된다면 7급 7호봉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을 하면 대략 15만 원의 돈을 더 많이 받게 되므로 승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다. 승진에 밀리면 자존심만 상하는 게 아니라 통장 잔고에도 타격을 입는다. 15만 원을 12개월로 계산하면 연간 180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 격이니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직장인들은 월급과 승진을 바라보며 하루를, 한 달을, 1년을 버티며 산다, 뭐 다른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좌, 2014년 공무원 봉급표 / 우, 2022년 공무원 봉급표,>

2022년 공무원 월급 인상률은 1.4%이다. 2021년에는 0.9% 였으니 오르긴 올랐는데 2021년 연간 물가상승률이 2.5%** (출처: 아래 기사 참조) 임을 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액과 다름없다. 2014년에 첫 월급으로 1,227,000원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경우 17일에 급여가 입금되는데 동기 중 한 명이 단체 카톡방에 월급이 반 만 들어온 것 같다고, 말일 되면 한 번 더 나오는 거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월급이 200만 원 만 되면 여유가 생길 것 같더니 소원하던 200만 원을 받아도 쪼들리는 것은 매 한 가지다. 월급으로는 얼마를 받아야 만족할 수 있을까? 


돈이 전부 인 것 같다가도 돈이 별거 아닌 것 같다가도 하루에 수십 번 마음이 동한다. 이 돈 벌자고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싶다가 이 돈이라도 벌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미우나 고우나 회사는 회사이고 절이 싫어 중이 떠나지 않는 한 나는 회사원이다.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지금처럼 회사를 글감으로 글도 쓰고(글을 쓰면서 회사를 계속 다녀야한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 듯도 하다.) 저녁에는 안주삼아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조금 더 지나면 회사에서 버는 돈으로 아이 학원도 보내게 될 것이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시리즈 1,2권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에는 이 책의  김 부장을 보면서 느꼈던 '내가 바라는 팀장'과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에 대해 책의 제목을 빌려 <제주 자가에 대학교 근무하는 허 주무관 이야기> 편을 쓰기도 했다. 재테크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창업하면 대박 날 것 같은 아이템도 없다.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고 묵묵히 일을 한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내 적성에 맞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적응은 한 것 같다. 젖먹던 힘으로 버틴 게 아까워서 그만 두지도 못할 것 같으니 '제주 자가에 대학교 근무하는 허 주무관'의 일상은 아마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의 엔딩처럼, To be contined..

김 부장은 이제야 알 것 같다. 수입차든 국산차든 다 같은 자동차다. 성별, 직업, 나이, 학벌, 소득 상관없이 다 같은 존엄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자 고객이다. 자존심과 오만함이 혹시나 남아있다면 출근하기 전 현관 앞 소화전 안에 두고 온다.

일은 적성이 아니라 적응이라고 했던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권,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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