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가면 언제 오나?

개나리 쟈스민 향이 좋네요~~

by 아이리스 H

꽃다운 나의 20대를 기억하는 남자.

장미꽃 한 다발을 안기며 프러포즈했던 남자.

쌍화탕을 사주며 사랑을 고백했던 남자.

달콤한 카페라테 같은 남자.


풋풋하고 멋진 30대를 기억하는 여자.

22일 꽃을 사달라는 여자.

쌍화탕 한잔에 홀라당 넘어간 여자.

차갑지만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 같은 여자.


"나, 잡아봐라"를 기다리던 남자.

"나, 잡아봐라"를 외치던 여자.

누가 잡힌 걸까?

누가 잡은 걸까?


30여 녀 전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얼레리 꼴레리 사랑을 했다.

수줍던 그들은 사랑을 맹세하고

두 아이를 낳고 행복했다.


송골송골 땀방울을 흘렸다.

하하호호 웃는 날이 많았다.

훌쩍훌쩍 우는 날도 있었다.

바람같이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5월의 첫날

한국에 나 홀로 귀국

봄날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했다.

아름다운 가을을 보내고

이제 겨울의 초입

첫눈을 구경했다.


이제 슬슬

베트남 하노이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그 남자가 보고 싶다.

사은품 작은아들도...

준비할 서류들이 많아졌다.

가짜가 많은 세상인가?


질병관리청 인증 도장이 찍힌

백신 1차, 2차 증명서에

혼인 증빙서류라니...

처음 떼보는 서류들이 추가 추가되었다.

베트남 가기가 하늘에 별따기

게다가 격리 호텔의 열악함으로

남편은 화가 났다.


특별입국이라

이래저래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한국대사관에 가서

공증까지 받고 나니

12월 비행기가 1월 초로 넘어갔다.

에구야~~

코로나가 다시 살아나는 듯 한국도 불안하다.


출발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려 미루다 보니

크리스마스와 내 생일, 그리고 연말 연초를

난 한국에서 보내야 하고

남편과 작은 아들은

둘이서 보내야 한다.

이럴 수가...


큰아들과 좀 더 있으라고?

남동생과 추억 쌓기 더 하라고?

아버지 엄마에게

좀 더 효도하라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12월 초 간다고 말했는데...

나만 싱거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한국이 좋지만

베트남에 있는 두 남자가 보고 싶다.

빈자리, 난 자리는 티가 나는 법

남동생이 운동화를 사주었다.

나에게 생일 선물을 미리 했다.

씩씩하게 갔다 오라고 ㅠㅠ

어찌나 살가운지 눈물이 날정도다.


맛난 걸 사주기도 하고

대접받기도 하며

이곳저곳 세상 구경을

했건만...

한 달 더 있으라 한다.

손꼽아 기다리던 손가락을 풀었다.


베짱이 놀이 더 하라는 신의 뜻으로

알고 좀 더 즐기기로 했다.

갱년기라 우기며

받은 휴가가 너무 길어졌다.

엄마는 무청을 말려 주셨다.

빨래 건조대를 이용한 엄마의 무청

베트남까지 공수할 수 있을까?

아파트 대문 앞에...

추워지기 전에

가려던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장모님의 사위사랑이

빨래 건조대에서

바싹바싹

말라가는

무청시래기만큼

애틋하다.


떠나보니

소중함을

알았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가겠네..."

큰아들 군대 시절 면회 갈 때마다

했던 말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되고

헤어져야 할 사람은 헤어진다고 한다.

우리네 인생

버둥거리며 살거나

우아하게 살거나

다 각자의 몫이다.


베트남에서 뎁짜이(멋진 남자),

싱가이(예쁜 여자)로 살아가련다.

코시국이라 기약 없는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을

하늘도 알았을까?

여유로운 출국이 될듯하다.

12월 첫날, 만남도 순리대로...

happy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