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에 뭐할 거야?"
글쎄... 꼭 뭘 해야 하나?"코 시국이라 집콕이지. 날씨도 추우니 나갈 생각이 없어"
"그렇지? 혼자라서 외롭겠구나!" "뭐야? 같이 있다고 안 외로울까? "크리스마스엔 꼭 뭘 같이 해야 하는 날이었네. 뭘 하긴 해야 하나 봐...
크리스마스이브날, 뜬금없이 시작한 뜨개질 스테인리스 바늘이 와이 어선으로 연결되어있다. 보통 대나무에 투명한 비닐관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뜨개바늘도 진화했건만 내 생각과 내 마음은 여전히 익숙함을 갈망한다.
코 시국에 크리스마스를 홀로 즐겨야 하고, 4인 이상 모임 금지라니 모두들 겁을 낸다. 게다가 중증환자도 늘고, 병실도 부족하다고 하고, 날씨는 영하 15도~라니... 어쩔 수 없는 세상인 것을 누구를 탓하리오?
1교시
천 원짜리 실을 두 타래 사고
이천 원짜리 바늘을 샀다.
코팅지도 샀다.
그리고 스티커와
박스 종이도 샀다.
방콕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기가 최고다.
먼저 실타래를 풀러
새로 산 바늘을 시험해본다.
대바늘보다 차갑지만
매끄럽고 쓸만했다.
목이 허전할 때 작은 스카프 대신
목을 감싸는 작은 소품을
뚝딱 완성했다.
그리고 작은 털모자도 떴다.
이렇게 재미를 붙여서
작은 털모자를 세 개나 떴는데도
도무지 시간이 멈춘 듯
크리스마스 이브가 가지 않는다.
2교시
가을에 책갈피에 넣어두었던
낙엽을 손 코팅 하기 시작했다.
두장을 맞붙여 낙엽을 코팅했다,
책갈피로 쓰려고 선물도 하고...
바싹 마른 잎사귀가 기계로
코딩하는 것보다 미흡하지만
나름 사용해도 괜찮아 보인다.
가을이 아쉬워 모아두었던 잎사귀가
내 마음처럼 바싹 말라 코팅되었다.
3교시
이번엔 성냥갑처럼 작은
박스 만들기에 도전했다.
왜? 이걸 이 밤에...
종이상자를 만들기 위해
전개도를 그렸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나 혼자 긴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어색하다.
뭐래도 해야 할 듯 분주하다.
가위질, 칼질로 박스를
야무지게 완성했다.
붙이고 오리고 그래도
남아있는 시간들...
4교시
혼자라도 케이크를 사 올까?
카톡으로 받은 케이크가 탐난다.
밖으로 나갔다.
아니 세상에...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꽉 찼다.
에휴? 괜히 나왔다. 추운데...
볼때기, 귀때기가 얼얼하다.
이걸... 먹어야 하나? 꼭...
알배추 하나 사서 돌아왔다.
예쁜 케이크 대신 난 알배추 속
노란 배춧잎으로 배추전을 하고
해남 시금치 사다 두었던 것으로
사골육수에 된장 풀고 마늘만
찧어 넣고 시금치 된장국을
끓여 맛난 저녁을 먹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저녁 한 끼를 해결했다.
11시 30분 컵라면으로
야식을 한 후 골프방송을
보다가 그제야 잠이 들었다.
뭘 하긴 했네...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2021년 12월 25일 토요일
볼때기, 귀때기 꽁꽁 얼얼한 날씨다.
크리스마스! 별일 없이 늦잠을 잤다.
착한 일을 안 했나 보다 깨어보니
머리맡에 선물 꾸러미가 하나도 없다.
산타할아버지도 집콕하고, 나도 집콕한다. 괜찮다 어젯밤 떠놓은 미니 목도리와 털모자, 그리고 낙엽 코팅된 책갈피 게다가 성냥갑 같은 상자들이 주르륵 나에게 인사를 한다. 하얗게 불태운 이브날 밤이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찬바람이 코끝으로 쌩~~~ 청소기를 돌렸다. 밤새 먼지들이 빨려 들어간다. 어젯밤 늦게 먹은 컵라면과 설거지를 하며 웃음을 지어 본다. 뭘 하긴 했는데 씁쓸하다.
무슨 일이야? 크리스마스에... 초인종이 울렸다. 나를 데리러 왔다. 내가 혼자 보내는게 영 안되보였나보다...
완전무장을 하고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따라나섰다. 추워도 너무 춥다.
여기는 미국 뉴욕?
메인 스트리트(평택 베이커리) 카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이다.
하이! 헬로? 하우아유?
혓바닥을 굴려야 할 듯한
벽면이다. 놀랍다.
벽면 가득 그림을 그려
포토존을 만들어 놓았다.
날씨가 너무 추운 관계로
사람이 없을 줄 알고
찾아왔건만...
나의 착각이었다.
말 안 듣는 어른과 연인들이
가득 있다.
이 추위에 주차장을
빼곡히 메운 차들...
겁쟁이!!
나는 집콕이 최선인 줄
알았는데...
초대형 베이커리 및 식사 가능한
카페라니... 조심조심
구석자리를 택해 앉았다.
'어머나 멋져라.'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는
한국사람들이 미국에서
방황하는 듯 보였다.
벽을 장식한 하나하나가
감성이 넘친다.
버팅기다 나오길 정말 잘했다.
인생도 이렇게 누군가
화살표로 가는 곳을
척척 가르쳐 줬더라면
인생길 헤매지 않고
살았을 텐데...
표지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도 찍고, 달달한 빵과 차 한잔을
마시며 찐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1500평을 꾸미고 채우고 외부 옥상까지
포토 존을 만들어 두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찬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린다.
큰맘 먹고 나온지라
1층부터 3층, 옥상까지 샅샅이
극기훈련용 인생 샷을 겨우 남겼다.
이제 집에 가자!! 에구 추워!!
뭘 하긴 해야 할 듯한 크리스마스! 세계인들의 축제 같은 날이지만 코 시국에 겨울 한파에 움츠려 든 채 추위와 맞섰다. 아들은 온기만 살짝 남겨두고, 계좌로 듬뿍 사랑을 남기고, 이 추위에 드론을 날리러 갔다.
젊음이 부럽다. 이제는 뭘 안 해도 집콕하며 편안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최고가 아닐까?
사실 크리스마스에 와인 먹으려고 와인잔을 구입했는데... 비었다. 와인도 선물 받은 채 그대로다.
젊은이들 따라 뭘 구경하는 것도,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추위와 싸우며 멋을 부리며 치마 입는 것도 이제 그만 하고 싶다. 정해진 날 말고 평소에 가고 싶고, 좋은 날 만들어 가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 또 나에게 " 생일날 뭐 할 거야? 물으면 침묵하고 싶다.
행복하라고 주어진 날들이 이제는 조금 부담스럽다. 그래도 행복했다. 항복한 건가? 뭘 하긴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