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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r 15. 2022

반가운 기타 소리~

역시 한마음~

를 매고 막냇동생이 나타났다.

기본 옵션 막내 올케와 두 딸내미가

사은품처럼 따라오는 알찬 구성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짤쪼니네 가족(애칭)은 갓 튀겨낸

치킨 3마리와 시원한 생맥주를 들고

병문안을 왔다.( 치맥이라고?)


짤쪼니네 가족은 맞벌이 부부와

중학생 , 고등학생 딸내미가 있어

바쁘게 살아가는 중이다.

연일 터지는 코로나와 오미크론으로

거리두기가 생활화되었고

난 병문안을 모두 거절하고,

전화통화나 톡만 허락했다.

서로서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을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남편의 이런저런 황을

다 알리지 않았고,

마음 졸였던 많은 일들이

폭풍우처럼 지나갔고 이제 조금

편안해진 틈을 찾아 번개처럼

나타난 짤쪼니네 가족들로 거실은

오랜만에 온기가 가득 찼고 화기애애했다.


272일 만에 베트남 특별입국은

2주 만에 또 한국으로 특별 입국하게

되어 가족들을 놀래게 했다.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를 꺼내 들고 막냇동생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C 코드 ㅎㅎ

대학 때 매형에게 배운 기타 실력이

아직 남아 있다. 킥킥킥 딸들은 웃는다.

생뚱맞은 기타에 노래까지 어설픈

아빠 모습에 3명의 여자는 웃고 있었다.


소파에 누워있던 남편은

잠시 비스듬히 몸을 일으켰다.

병문안이 반가운 건지?

기타 소리가 반가운 건지?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기타 치는

처남을 지그시 바라볼 때였다.

 "매형, 기타 한번 쳐주세요"


"에이, 못 쳐 지금은..."

기타를 칠 수 없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머리도 무겁고,

어지럽고, 한쪽 눈도 아직

잘 안 보인다며 엄살을 부린다.

그러더니 기타를 잡자마자

줄 튕기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눈을 질끈 감고 기타 줄을

튕겨 음을 찾아냈다.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나 보다.

뇌를 풀가동했는지? 기타 소리는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띵가 띵가 띵띵

오래된 익숙함이 그의 감각을 깨웠고,

치킨을 먹으며 기타 연주를 듣게 되었다.


를 치며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막냇동생은 재수를 하고 대학 졸업하고도

 2~3년 우리와 함께 살았다. 그래서

처남 매형의 사이가 각별했고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켜켜이 지층을 이룬 암석처럼 남아있다.


막냇동생이 2년 전 폐에 구멍이 생겨

쓰러져 수술을 받게 되었고, 5분의 기적을

체험하고 살아난 것처럼

이번엔 매형이... 큰 수술을 피하고

작은 수술을 하는 기적을 맛보았다.


병문안을 거부하자 스벅 아메리카노와

미니 슈크림 초콜릿 케이크를

핸드폰 쿠폰으로 보내주었다.

테이크아웃 스벅에서


매형과 누나를 응원해준 맘 깊고

착한 막냇동생이다. 달달하고 고마웠다.

매형과 처남은 안녕하세요? 대신에

'한마음 '이라 말하면  '음마 한'

 하고 대답을 할 정도다.


기타 하나로 처남과 매형은

찐한 연결고리가 되어 갔다.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게임도 즐기며

함께했던 날들을 스멀스멀 회상했다.

이제는 관객 3명 을 추가하여 어느새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세월이 흘렀다.


무기력하고 기운 없이

누워만 있던 남편을 일으킨

반가운 기타 소리가 은은하게

집안에 가득 퍼졌다. 그리고

맛있는 치킨도 바닥을 보였다.

짤쪼니네 가족이 두고 간 사랑과

웃음소리가 추억이 되었다.


남편의 심장도, 눈도 , 코도, 온몸으로

퍼지는 세포들이 리듬을 타고

깨어나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기타를 들고 나타난 깜짝 번개팅은

30년 전의 남편으로 잠시 타임머쉰을

타고 다녀온 듯 생생했다.


누구나 힘들고 지칠 때 자신만을 위한

소울푸드가 있고, 

영혼을 울리며 마음의 위로가

되는 노래(동요, 가요, 팝송 등...)가 있으며,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이 가 있으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남편은 힘들고 지칠 때

자신의 마음을 살리는 도구가

기타였는지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았다.


기타를 들고 온 처남의 센스

남편은 병원 진료 외에 무료한

시간들을 기타를 튕기며 자신감

찾아가고 있다. 몸도 마음도 회복 중이다.

(잠시 개미였던 삶을 내려놓고 베짱이 놀이 중)


봄비가 내렸다.

퍽퍽했던 내 삶에도 흠뻑 단비가 내렸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ㅎㅎ 식상하지만 그 노래를 부른다.

눈이 회복되려면 생활의 불편함과

제약이 따르지만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


나는 남편의 눈이 되어주고,

남편은 내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맛난 것도 함께 먹으며

서로를 의지하며 손을 잡고

함께 걸을 수도 있으니 다행이다.

집 근처 곡교천으로 밤마실을 나갔다.


봄바람이 아직은 차가웠다.

따스한 불빛이 우리를 반겼다.


아산 은행나무길 야경


긴 세월 함께였지만 각자의 일에 빠져

그럭저럭 살아왔던 삶보다

지금이 더 애틋하고 사랑이 넘친다.

건강을 잃으면 많은 것을 잃게 됨을 알았다.

건강을 잃고 보니 또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반가운 봄비처럼 반가운 기타 소리가

우리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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