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Mar 23. 2022

꽃 찜하다?

30년 넘게 꽃을 찜하는 여자.

1. 찜: 음식을 증기로 데우는 요리법
2. 찜하다: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자기의 것으로 하다.(속된 표현)


전통시장에 갔다가 꽃집 앞에서

꽃을 찜했다. 봄날이다.

한동안 꼿꼿하게 뽐내던 꽃이

진분홍빛으로 예쁘게 피어오르더니

꾸벅 ~ 90도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인 줄 알았는데...

"안녕히 계세요."였나 보다...ㅎㅎ

그 후 시들고 말라 버렸다.

베란다 구석으로 옮겨 두었다.

향기도 모양새도 너무 예뻤는데...


우유빛깔을 숨긴 히야신스를 찜했다.

진분홍 히야신스가 귀염을 받고 있을 때

도무지 기별도 없던 하얀색 히야신스는

늦게서야 꽃을 피워냈다. 그러더니

옆구리에 줄기 하나를 더 뿜어 올렸다.


향기 두배 꽃대도 두 개로 더 큰 기쁨을 주고

누렇게 변하더니 베란다 구석으로 함께

쫓겨났다. 베란다 식구들은 한 달 전 22일에

받은 프리지어까지 셋이서 죽기 직전

작전타임이라도 가진 듯 추위 속에서

한 줌의 햇살을 수용했다.


꽃 찜하다.

그동안 고마웠고 행복했다.




1. 히아신스 꽃말:유희, 겸손, 사랑

흰색은 행복,
붉은색은 기억,
보라색은 비애,
파란색은 사랑의 기쁨
빨간 계열은 당신의 사랑이
 나의 마음에 머뭅니다.

2. 노란 수선화 꽃말:사랑에 답하여,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주오
풍수학적으로 재수가 좋은 꽃

3. 운간초: 봄의 야생화로 꽃대가
 길게 올라오며 자란다.


병원을 오가며

남편의 몸상태에 따라

어떤 날엔 슬퍼서 울고

어떤 날엔 기뻐서 울었다.

그 어떤 날 집으로 오다가

굴다리 밑 하우스 화원에 들렀다.


동생네 집에 꽃을 선물하고 싶어서...

막내 올케의 생일 즈음이었다.

마음이 꽃을 사라고 부추겼다.

푸른빛 히야신스와 노란색 수선화

하얀색 운간초를 한꺼번에 찜했다.


전 주말에 활짝 피어나 인증샷을 보내왔다.

보라 화분 속 블루 히아신스

보라보라~ 화분에 블루 히야신스!

식탁 옆 노란 수선화

질투날만큼 예쁜 노란 수선화!

폭죽처럼 퍼진 하얀 운간초


보자마자 활짝~ 미소가 번지는 운간초를

동생네 집으로 보내 주었더니

꽃샘추위속 봄날을 집에서 맞이했단다.

코시국을 잘 견디어 내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이렇게 예쁠줄이야~


아내의 생일선물로 파란 장미를 사 왔다며

덤으로 보내준 파란 장미의 자태라니...

남동생은 애처가다 ㅎㅎ

그 집엔 꽃들이 한가득 피어났고

웃음꽃도 피어났으리라...


파란 장미 너 찜 당할만하다.



3월 22일 투투데이!


새로운 꽃을 찜 했다.

한 달에 한번 이날엔 꽃을 사거나 받는다.

오래된 나의 루틴이다.

꽃 찜? ㅎㅎ 꽃게찜도 아니고

꽃 찜하는 날이 늘 기다려지고 설렌다.


장미캄파눌라 새롭다.

봄나들이 못 다녀도 집콕하며

봄꽃을 찜해서 들여오니

똘똘이(집 거북이)도 구경 나왔다.

구경 나온 거북이

 

연보라색 캄파눌라야 ~행복하자 우리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캄파눌라 꽃말은 따뜻한 사랑이다.

새로움은 익숙함보다 흥미롭다.


인생에도 꽃피는 봄날이 온다.

빨리 피는 꽃이 있고 , 늦게 피는 꽃이 있듯이

때를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꽃은 피어난다.

행여 더디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꽃이 지고 꽃이 피어나는 신비로움을

30년 넘게 맛보며 꽃을 찜하는 여자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믿어봐~자연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