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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01. 2022

쑥 쑥처럼 살고 싶다.

4월 파이팅!!

삼월아~ 잘 가라! 사월아~어서 와!


독서모임 단톡방에 봄날 이슈가 된

쑥 이야기와 꽃 이야기가 내 마음을

싱숭생숭~ 봄바람을 불어넣었다.


"나도 가고 싶다. 쑥캐러~꽃 보러"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남편을

꼬셨다. 홀딱 넘어왔다. "그래! 가보자!"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탐나는 쑥이 없다.

있긴 있는데... 뭔가 찜찜하다.


좀 멀리 가보기로 했다. 30분 거리

그곳은 좀 청정지역이니까 ~~

그런데 가다 말고 배가 고프다.

일단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로


가끔 마음이 척척 맞을 때도 있다.


뽀얀 국물에 콩나물과 황탯국이 맛있는 집

갓 지은 솥밥에 누룽지를 먹을 수 있는 곳

아산 스파비스 쪽 '황태마을'로 정했다.

7080 세대의 감성 노래를 틀어주는 곳이다.


감성 자극 ㅎㅎ난 웃고

남편은 울고 "왜 그래? 또..."

약해진 마음속으로 그분이 나타났다.

"너무 좋아서..."

"ㅎㅎ 어서 드셔~"

추억의 팝송과 감미로운 기타 소리는

남편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오늘도...


쑥 캐러 가기도 전에 눈물 쑥~~


황탯국은 어느새 눈물과 함께

바닥을 보였다. 누가 보면 완전

사연 많은 남녀로 보일 듯...

오늘을 추억하리라 먼 훗날 우리는

쑥 캐러 가다가 울게 된 날 말이다.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영인산 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했다.

눈물이 쑥~ 들어갔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아산지역 주민이면 천 원 할인이란다.

당당하게 주민증을 제시하고 할인받았다.

천 원의 행복이라니... ㅎㅎ


화장실이 보이는 주차장까지 꾸역꾸역

올라갔다. 호시절이 따로 없다.

한가한 휴양림 속 간혹 지나는

등산객들의 발걸음만 있을 뿐... 조용하다.

그나저나 쑥이 안 보인다.

나무 밑에 조금씩 숨어서 숨바꼭질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줌만


그러나 두 줌을 캐고서야 멈추었다.

재미있다. (다음날 허벅지가 아팠다는)

남편은 운동기구에서 햇빛 샤워 중~

나는 비탈진 곳에서 쑥을 캔다.


겨울을 이겨낸 어린 쑥에게 말을 건넨다.

"쑥들아, 땅속 세상은 어땠어?

 땅 위 세상은 혹독했단다"

따뜻한 봄햇살에 삐쭉 얼굴 내민 쑥들이

대견하고 예뻤다.


꽃처럼 화사함도 없고

나무 병정처럼 꼿꼿하지 않지만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 누군가의 마음에

삶의 에너지를 주는 쑥 네가 너무 좋다.

영인산 주차장에서 햇살속 그림자놀이(부부)

그림자놀이를 즐기며

롱롱 다리가 된 우리는 쑥~~ 쑥

별것도 아닌데... 즐겁다.  



쑥은 쑥인데 쑥떡 거려 볼까?


풀냄새, 흙냄새, 쑥향이 차 안에서 은은하게

향수처럼 퍼진다. 잠시 마트에 들렀다.

아이코 ~쑥을 판다. 1350원 이럴 수가....

나는 2시간 넘게 쑥 찾아 헤매었는데

노동의 가치가 우습다.

위(마트 쑥)아래(노지 쑥)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를 샀다. 8500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하하하

쑥은 공짜지만 조금밖에 되지 않아

파는 쑥을 한팩 더 사 왔다.


마트용 쑥은 키도 크고 잎 독고 길쭉하다.

자연산 쑥은 키도 작고 잎도 작고 난쟁이다.

자연산은 단단해 보이고 마트용 쑥은 길고

크지만 흐물거린다.


물에 씻어 한참을 다듬었다.

후라 팬에 마트용과 자연산을 구별하여

부침을 했다. 같은 쑥 맛이다.

다만 작고 크고 쑥 맛에 메밀 맛에

단호박맛이 나는 쑥부침개를 만들었다.

왼쪽 (노지쑥)오른쪽 (마트쑥)


4월 쑥쑥 쑥 쑥처럼 살아가자!


하우스용으로 태어나 마트에

진열되어도 쑥이고

노지에서 태어나 아이리스에게

발견되어도 쑥이다.


쑥떡으로, 쑥버무리로, 쑥국으로

변신을 꿈꾼다. 노지의 작은 쑥도

결핍 없이 누군가의 손길로 자란

하우스 쑥도 모두 쑥쑥 쑥 자라고 있다.

 

빛이 들지 않는 나무 뒤에서도

낙엽 속 거친 땅속에서도

양지바른 강한 햇살에도


겨울을 이겨내고 봄날이라고 쑥~

나도 너처럼 그리 살고 싶다.

기죽지 않고 당당하고 단단하게

찬바람이 머물다가 떠난 자리에 봄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신비로운 봄날이 어느새


내 마음에도  꽃을 피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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