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74
댓글
34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이리스 h
Apr 01. 2022
쑥 쑥처럼 살고 싶다.
4월 파이팅!!
삼월아~ 잘 가라! 사월아~어서 와!
독서모임 단톡방에 봄날 이슈가 된
쑥 이야기와 꽃 이야기가 내 마음을
싱숭생숭~ 봄바람을 불어넣었다.
"나도 가고 싶다. 쑥캐러~꽃 보러"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남편을
꼬셨다. 홀딱 넘어왔다. "그래! 가보자!"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탐나는 쑥이 없다.
있긴 있는데... 뭔가 찜찜하다.
좀 멀리 가보기로 했다. 30분 거리
그곳은 좀 청정지역이니까 ~~
그런데 가다 말고 배가 고프다.
일단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로
가끔 마음이 척척 맞을 때도 있다.
뽀얀 국물에 콩나물과 황탯국이 맛있는 집
갓 지은 솥밥에 누룽지를 먹을 수 있는 곳
아산 스파비스 쪽 '황태마을'로 정했다.
7080 세대의 감성 노래를 틀어주는 곳이다.
감성 자극 ㅎㅎ난 웃고
남편은 울고 "왜 그래? 또..."
약해진 마음속으로 그분이 나타났다.
"너무 좋아서..."
"ㅎㅎ 어서 드셔~"
추억의 팝송과 감미로운 기타 소리는
남편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오늘도...
쑥 캐러 가기도 전에 눈물 쑥~~
황탯국은 어느새 눈물과 함께
바닥을 보였다. 누가 보면 완전
사연 많은 남녀로 보일 듯...
오늘을 추억하리라 먼 훗날 우리는
쑥 캐러 가다가 울게 된 날 말이다.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영인산 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했다.
눈물이 쑥~ 들어갔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아산지역
주민이면
천 원 할인이란다.
당당하게 주민증을 제시하고 할인받았다.
천 원의 행복이라니... ㅎㅎ
화장실이 보이는 주차장까지 꾸역꾸역
올라갔다. 호시절이 따로 없다.
한가한 휴양림 속 간혹 지나는
등산객들의 발걸음만 있을 뿐... 조용하다.
그나저나 쑥이 안 보인다.
나무 밑
에 조금씩 숨어서 숨바꼭질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줌만
그러나 두 줌을 캐고서야 멈추었다.
재미있다. (다음날 허벅지가 아팠다는)
남편은 운동기구에서 햇빛 샤워 중~
나는 비탈진 곳에서 쑥을 캔다.
겨울을 이겨낸 어린 쑥에게 말을 건넨다.
"쑥들아,
땅속 세상은 어땠어?
땅 위 세상은 혹독했단다"
따뜻한 봄햇살에 삐쭉
얼굴 내민
쑥들이
대견하고 예뻤다.
꽃처럼 화사함도 없고
나무 병정처럼 꼿꼿하지 않지만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 누군가의 마음에
삶의 에너지를 주는 쑥 네가 너무 좋다.
영인산 주차장에서 햇살속 그림자놀이(부부)
그림자놀이를 즐기며
롱롱 다리가 된 우리는 쑥~~ 쑥
별것도 아닌데... 즐겁다.
쑥은 쑥인데 쑥떡 거려 볼까?
풀냄새, 흙냄새, 쑥향이
차 안에서
은은하게
향수처럼 퍼진다. 잠시 마트에 들렀다.
아이코 ~쑥을 판다. 1350원 이럴 수가....
나는 2시간 넘게 쑥 찾아 헤매었는데
노동의 가치가 우습다.
위(마트 쑥)아래(노지 쑥)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를 샀다. 8500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하하하
쑥은 공짜지만 조금밖에 되지 않아
파는 쑥을 한팩 더 사 왔다.
마트용 쑥은 키도 크고 잎 독고 길쭉하다.
자연산 쑥은 키도 작고 잎도 작고 난쟁이다.
자연산은 단단해 보이고 마트용 쑥은 길고
크지만 흐물거린다.
물에 씻어 한참을 다듬었다.
후라
이
팬에 마트용과 자연산을 구별하여
부침을 했다. 같은 쑥 맛이다.
다만 작고 크고 쑥 맛에 메밀 맛에
단호박맛이 나
는 쑥부침개를 만들었다.
왼쪽 (노지쑥)오른쪽 (마트쑥)
4월 쑥쑥 쑥 쑥처럼 살아가자!
하우스용으로 태어나 마트에
진열되어도 쑥이고
노지에서 태어나 아이리스에게
발견되어도 쑥이다.
쑥떡으로, 쑥버무리로, 쑥국으로
변신을 꿈꾼다. 노지의 작은 쑥도
결핍 없이 누군가의 손길로 자란
하우스 쑥
도 모두 쑥쑥 쑥
자라고 있다.
빛이 들지 않는 나무 뒤에서도
낙엽 속 거친 땅속에서도
양지바른 강한 햇살에도
겨울을 이겨내고 봄날이라고 쑥~
나도 너처럼 그리 살고 싶다.
기죽지 않고 당당하고 단단하게
찬바람이 머물다가 떠난 자리에 봄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신비로운 봄날이 어느새
내 마음에도
꽃을 피워 냈다.
keyword
일상
여행
마음
아이리스 h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회사원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공유합니다.
구독자
546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오잉! 할머니 댁 냄새가?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