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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20. 2022

떠나는 자와 남는 자

선택!

사노라면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비가 새는 작은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님 함께라면
 즐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
내일은 해가 뜬다.


#1. 이사 하루 전날


타이빈 세컨드 하우스를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2년 남짓 정 붙여 살았지만 비가 오면 작은방 천정 구석을 타고 빗물이 고여 한 방울씩 떨어졌다.


주인은 그냥 살거나 이사를 가라고 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시골이라 작은방 하나를 쓰지 않고 짐만 들여둔 상태로 1년을 더 살았다.


비가 자주 오는 베트남에서 빨간 다라를 받쳐 놓고 살았다. 비가 새는 곳을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고, 병이 나고서야 이사를 결심할 정도로 무딘 남편이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괜찮았다. 타이빈 세컨드 하우스는 꿈을 품고 갔던 곳이다. 봉제공장을 인수했고, 사무실도 함께 사업장을 키웠다.


하노이를 오고 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얻은 집 타이빈 세컨하우스를 드디어 탈출하기 하루 전

타이빈 빈컴센터  세컨드 하우스 풍경

건강의 적신호가 오고 나서야 이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마땅한 집을 구할 수 없어 두 달을 더

버티어 냈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살아야만 했다.


급기야 거실 소파 위에서도 물이 떨어졌다.

겉모습은 양호했지만 속상태가 엉망이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우리를 떠나보내기 싫었나 보다ㅠㅠ

주방이 넓고 깨끗했고, 베란다에 식물도 잘 자랐다.

다행히 메이드가 있어 청소를 자주 하다 보니

그럭저럭 살만 했다. 빈컴센터 주위 산책도

공원도 나름 운치 있었다.

집 근처 카페

이삿짐을 챙겨두고 우리는 근처 호텔로

가서 자기로 했다. 정을 떼기 위해서?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놀래서?

뽀송한 호텔로 이동후 갑자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피신한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폭풍우를 바라보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가끔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우리는 빗소리와

천둥 번개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면

신기하게 평안함과 행복함이 밀려왔다.


오늘은 자연산 빗소리가 자장가가 되었다.

(잠이  오는 빗소리 ㅎㅎ검색하면 나온다)

잠이 오지 않는 날 반전의 묘미를 즐겨보길...

폭풍우 속에서 편안히 누울 수 있는 곳이

있음이 감사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2. 이사 당일 (22년 6월 14일)


세상에 40도가 육박하던 날씨가 먹구름과

회색 구름 몰고 나타나 해를 막고 있는 아침이다.

27도 딱 좋은 날씨에 이사라니 기적이다.


아침 7시 호텔 조식은 쌀국수다. 부스스한 채로

호로록 냠냠 어찌나 맛이 좋던지?


호텔 들어가는 입구  쌀국수(타이빈)

호텔비가 45만 동 (한화 2만 5천 원)

이렇게 저렴한데...

비새는 집에 살고 있었다니...

그 집을 유지하느라 애썼다니...


정들었지만 정 떼기는 참 쉬웠다.

비 때문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

메이드에게 허드렛 살림들을 드림하고

술과 맥주, 양주들은 이삿짐 아저씨들에게

드림하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실었다.

그런데도 한 트럭을 채웠다.


오호라!! 베트남 미남 3 총사가 나타났다.

척척 이삿짐을 꾸린다. 힘도 좋고 젊다.

메이드와 나는 주방 쪽을 맡아 정리하고 버리고

박스 속을 채웠다.

1시간 30분 만에 짐을 차에 실었다.

앞전 글에 미라, 압축된 박스들을 풀지 않았기에

이사는 좀 수월했다.


출발! 하노이로 ~~

타이빈에 가면 이제 호텔 투숙을 하기로 했다.

그게 훨씬 저렴하고 미니멀한 삶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삶, 쉼표 찍고 일어나

4분에 3박자로 춤추며 살기로 했다.

백수는 아니고 백수처럼 ㅎㅎ


1시간 40분을 달려 하노이에 도착했다.

날씨가 아직 30도를 넘지 않아 이사하기 딱 좋다.

김밥과 물을 사서 미남 3 총사에게 주었다.

일단 먹고 좀 쉬었다가 짐을 들이기로 했다.

덕분에 우리도 잠시 쉬었다.


해결사 둘째 아들이 나타났다.

이곳저곳 수리가 필요한 곳들을

말해주었고, 서류 정리도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나 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납공간이 많은 집이라 쉽게 이삿짐도

정리도 끝낼 수 있었다.


이사비용 얼마일까요? 타이빈에서 하노이까지

4인용 식탁과 김치냉장고 옷과 잔짐들 주방 짐 포함

300만 동 (한화 15만 원) 진짜 저렴하다.

한국 포장이사와는 거리가 멀다. 완전포장은

아니고 반포장 정도... 살짝 아쉬움도 있었지만

일단 인건비가 저렴한 듯하다.


 3명의 미남 삼총사들에게

수고비를 더더 주고 싶은 정 많은 문과 엄마

이과적인 아들의 눈초리에 깨갱~~ 했다.

"엄마 견적서대로 주는 겁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팁을 더 주었다. 역시 내 아들이다.


모든 짐은 완벽하게 제자리를 찾아왔다.

귀중한 것들은 남편 차에 안전하게 싣고 왔고

이사는 마무리되었다.


깔끔하고 미니멀하게 사는 삶

누군가는 이사가 힘들다고 하지만

이사를 즐기는 편? 이제 도 지칠 때가

되었나 온몸이 아프고 힘들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몸보신용으로

저녁은 연포탕장어구이를 먹기로 했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고했으니

영양 보충해줘야 한다. 입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워야 행복한 거니까...


죽은 소도 살린다는 낙지를 먹었다.

연포탕(하노이 )


먹는 게 남는 거~

하루 24시간이 왜 이렇게 길었는지?

새집에서 꿀잠을 잤다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사노라면

가사에 나오는

비가 새는 작은방에... 새우잠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좋다는 말

그거 현실이라면 '아니다'라고

정정하고 싶다.


최소한 비가 새지 않는 곳에서

하늘을 이불 삼아

누울 수 있는 곳 그곳에서

님과 함께 있을 때 행복이 폴폴 풍겨 난다.


누군가는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삶이

옳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간다.

떠날 용기도 그 자리를 지킬 용기도

늘 자신의 선택이다.


떠나본 자는 그냥 그 자리를 지키며 살껄...

변화 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살던 자는

진작 왜 나는 떠나지 못했을까?

반반의 후회를 하는 것이 아닐까?


전자를 택하든 후자를 택하든

내일은 해가 뜰 것이며

오늘도 파이팅!! 하는 삶을

선택하길 바란다.


시련을 겪기 전에는 누구나 어린아이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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