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야기
골퍼 초보님들께 먼저 알립니다. 함부로 들이대시면 안 됩니다. 시간 투자, 현금 투자, 노력 대비 구력을 무시하고 맞짱 뜨시면 손해 봅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써봅니다. 조심스럽게 ㅠㅠ

꾸벅!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를 드립니다. 궁금하시면 앞전 글 '맞짱 뜨는 아내의 맛??' 읽고 오셔야 이해가 빨리 오긴 하는데 말입니다. 이번 글은 망설이다 올립니다.ㅎㅎ 골퍼분들도 있지만 일반분들도 계셔서 골프 용어 들을 조금 알고 읽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곰돌이 선수는 아침부터 말끔하게 씻고 블랙티에 가벼운 반바지 차림으로 골프 스크린을 가자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요일이면 티브이만 뚫어져라 쳐다볼 시간에... 웬일인지? 부지런을 떨고 있습니다.
뒤태가 거의 흡사한 이모티콘을 이용해 봤습니다. 게다가 티브이까지 껐습니다. 어머나? 정말로?

2주 전, 빅버드 선수에게 18홀에서 올인당한 돈을 찾고 말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보이는 곰돌이 선수는 날쌘 토끼 선수로 돌변했습니다.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고 설거지는 부랴부랴 끝냈지만 세탁기에 빨래는 아직 돌아가는 중이고 이곳저곳 청소며 정리도 남아 있는데... 어쩌라고??
빅버드 선수는 대충 5분 화장을 한 후, 머리도 감지 않고 골프용 모자를 눌러쓰고 골프채를 챙깁니다."준비되었어? 빨리 가자"남편은 시계를 봅니다. " 어, 예약도 안 했는데... 잠시만..."허겁지겁 빅버드 선수는 골프채며 골프장갑을 챙긴 후 토끼탈을 쓴 곰돌이 선수를 뒤따라 갑니다.
골프 스크린에 도착하자마자 곰돌이 선수는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어 세더니 빅버드 선수에게 돈을 미리 줍니다. "엥, 이게 뭔 돈이여?"말하자 "오늘은 진짜 정정당당 승부를 하는 거다. 정말 안 봐줄 거다." 라며 핸디캡 대신 돈을 준겁니다.
본인이 반드시 이기겠다는 뜻인 건데...'어찌나 당황스럽던지?? ' 곰돌이 선수는 변신한 토끼 선수? 맞습니다. 진짜 작전이 탁월합니다. 빅버드 선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얼음 동동 띄운 커피 한잔으로 마음을 비웠답니다. 역시 초보 빅버드 선수.

하지만 곰돌이 프로 선수의 징크스는 첫 홀과 마지막 홀을 이상하게 실수합니다. 즉, 실력 발휘를 초반에 3홀 정도 지나가야 잘 칩니다. 초보 빅버드 선수는 첫 홀과 18홀을 잘 치는 편이라 백순이 티가 잘 안 나게 마무리하는 편이랍니다. 6년째 곰돌이 선수의 첫 샷은 오늘도 영락없이 멀리건을 쓰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첫 홀 첫 파로 동점을 기록했습니다.
두 번째 홀 불꽃 튀는 돈내기 골프는 곰돌이 선수의 승입니다. 세 번째 네 번째... 곰돌이 선수는 없고 오늘 골프의 신이 등장한 듯 잘 칩니다. 그나마 초보인 빅버드 선수를 배려해서 조금 쉬운 코스와 퍼팅라인도 보통으로 정했건만.. 곰돌이 선수는 계속 파, 파, 파를 연속 날리며 내 지갑 속 돈을 야금야금 따갔습니다.
한 타 , 한 타 소중하게 집중! 또 집중! 을 하면서 진짜 골프 선수가 된 듯 우리는 땀나는 시합을 한 탓인지...
배가 고팠습니다. 다섯째 홀을 치고 짜장과 짬뽕으로 허기를 달래며 한 타임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아점을 먹어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인 허기였을까요? 맛은 엄청 좋았습니다. 배는 부르고 몸은 무겁고 원하는 대로 공은 안 맞고 슬슬 힘이 들고 지칠 무렵..

9번 홀, 곰돌이 선수의 버디샷에 놀래서 빅버드 선수는 그만 퍼팅을 세 번이나 하고도 들어가지 않는 최악의 점수를 받았답니다. 바로 양파.. 지갑 속 돈이 2배로 팍팍 나가고... 기분은 지하세계로 한없이 추락했습니다. 바로 그때 응원군 아들이 나타났습니다. 스크린 후 저녁을 함께 먹으려고 온 것입니다.
갑자기 " 엄마, 할 수 있어! 잘한다!! 앗싸""나이스 샷" ㅎㅎ"러키 볼~" "파이팅!" "부라보"ㅎㅎ힘이 납니다.
그러나, 후반전 빅버드 선수 분발해야 합니다. 파, 파, 파(이 정도면 진짜 프로 선수급) 고공 행진 중인 곰돌이 선수는 이미 날쌘 토끼 선수가 되어 따라잡을 수 없이 저만치 달려갔고 빅버드 선수는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려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홈 홀(18홀)입니다. 올인의 한탕! 주의보 삐뽀삐뽀 동화 속, 소설 속 반전과 역전의 드라마를 써야 할 차례인데... 심판관으로 변신한 아들 앞에서 곰돌이 선수와 빅버드 선수는 초 긴장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수!! 과연 2주 전 잃어버린 돈을 되찾을 수 있을 까요? 아니면...
두둥! 18홀 드라이버샷은 둘 다 성공적입니다. 우드샷도 대체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아이언샷이 안타깝네요. 빅버드 선수가 먼저 퍼팅으로 마무리하는데 에고 홀 안으로 공이 안 들어가 보기로 마무리했습니다.
곰돌이 선수의 공이 들어간다면 파, 안 들어가면 보기로 비기는 막판 승부전이었습니다. 곰돌이 선수 침착하게 홀컵을 향해 공을 쳤습니다. 네~과연??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 와우!! 너무나 멋집니다. 인정!!
드디어 승부는 끝났습니다. 곰돌이 선수의 완승과 빅버드 선수의 K.O로...
즐거운 라운딩이었습니다. 1승 빅버드 아내 선수 2승 곰돌이 남편 선수 3승 보류?

골프의 뒷얘기는 밤막걸리와 녹두전, 해물파전으로 캬~~ 지고 이기는 승부라지만 소중한 시간 함께 하며 많이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초보 선수 길들이기에 재미 붙였던 남편의 배려와 사랑 고맙고 감사합니다.
a형 남편이 A형 되는 그날까지 쭈우욱 우리는 함께 할 것이고 당분간 맞짱 뜨는 일은 없을 겁니다. 더 열심히 연습하여 빅버드처럼 날갯짓을 하고 날아오를 때까지...
그날 밤, 소파가 아닌 침대에서 코 골며 다리 쭉 뻗고 편안하게 잠든 곰돌이 선수를 보니 웃음이 납니다. ㅎㅎ
자존심?ㅎㅎ 맞짱 뜨는 아내 기죽이기 성공한 포즈라니... 남편이 나에게 준 돈을 고스란히 잃고도 지갑 속 내 돈을 더 잃고서야 끝이 났습니다. 고스란히 그 돈은 심판관 아들 주머니로 들어가고 밤막걸리에 취해서 저도 해롱해롱 기분 좋게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가끔은 남편에게 져주고 때로는 이기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50대 부부가 하노이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톡 스크린입니다.
*숫자 위에 M자는 멀리건 사용입니다.
*빨간색 동그라미는 버디입니다.
*숫자에 네모가 쳐 있는 것은 더블입니다
*숫자 박스 전체가 하늘색으로 양파로 엄청 많이 친거
*뒤쪽 토털 점수가 작을수록 잘 친 거 72부터 100까지
***마무리 웃음 상품권***
*골퍼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은?
답: 벙커 전
(모래밭을 벙커라고 하는데 치기가 힘들어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벙커 전을 외칩니다.)
내가 좋아하는 전은? 지기 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