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위, 작은사위, 반반?

해피바이러스

by 아이리스 H

뭘 먹을까??


짜장? 짬뽕? 선택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늘 갈등이 된다. 음~~ 나만 그런가??


'비가 오니까 짬뽕국물이 더 당기네.' 그렇다면 오! 짬뽕! 그러나 아쉽다. 짜장면이...

그래서 짬짜면(짜장반 , 짬뽕반) 볶짜면(볶음밥반, 짜장면반)이 나온 것 같다.


양념치킨? 후라이드 치킨? 깔끔하게 후라이드 치킨으로 정했다. 그러나 또 아쉽다.

후라이드에 양념을 찍어 먹어도 버무려 놓은 양념 치킨 맛이 안 난다. 왜일까??


뼈 없는 순살? 뼈 있는 순살? 에고!! 어렵다. 닭다리는 양손에 잡고 뜯어먹어야 제맛인데... 그러니 뼈 있는 순살로 정했다. 그러나 또, 또, 또 아쉽다. 그래서 둘 다 먹을 수 있는 반반 치킨이 나오고 반반 케이크, 반반 염색, 반반 피자, 반반 족발, 반반 카레, 반반 머리, 반반 셔츠까지... 반반


사람도 반반이 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울 엄마는 두 딸을 잘 키웠고 큰사위와 작은 사위를 얻었다. 그런데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위를 비교하시며

늘 반반씩 섞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쯧쯧 혀를 차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30년째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큰사위는 언니의 남편 즉 형부를 말한다. 정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세상 속 타협은 없다. 오직 나의 길만 있을 뿐이다. 언니는 연애가 아닌 소개를 받아 선을 보았다. 그런데, 형부 될 사람이 키가 작다고 고민을 했다. (본인도 작으면서...) 그래서 한번 만난 후 헤어졌다. 그러나 운명은 1년 후, 그들을 다시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나게 하였고 결혼을 했다. 알고 보니 형부도 언니가 키가 작아서 고민했었다는... 풍문으로 들었소.ㅎㅎ


언니는 세상 물정 모르는 간호사 출신이고, 형부는 흙에 살리라 꽃과 나무를 파는 화원을 운영했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흙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워낙 낙천적이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옷에 흙이 묻어도 툭툭 털고, 물에 젖으면 그냥 옷을 쥐어짜서 탈탈 털고, 더러워진 채로 다닌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지 의식하지 않으며 멋도 부리지 않는다. 참 인생 편하게 사는 스타일이다.


신발도 밑창이 나갈 때까지 바꾸지 않는다. 그게 익숙하고 편하다며 신경 쓰지 말란다.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 같기도 하고 완전 자연 친화적인 도시 속 시골 남자다.


의. 식. 주 기본생활 유지와 절대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외골수 형부를 처음 봤을 땐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 형부의 개똥철학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진짜 신기하게 빠져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정신 차리고 나면 무슨 말인지? 답답함이 밀려왔다.


물려받은 땅도 있어 나름 부자인데도 빈티지한 삶을 추구하는 나그네적 삶을 살아가니 울 엄마는 큰딸을 시집보내고 많이 힘들어하셨다. 울 엄마는 깔끔쟁이라 큰사위의 헐렁한 옷차림과 털털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적당히 돈 벌어 사는 삶을 못내 아쉬워했다.


형부는 슬슬 화원을 운영하며 그럭저럭 살았다. 착하기만 했던 큰딸이 아파트가 아닌 서울의 전세집과 시골집을 오고 가며 사는 게 영 내키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언니랑 형부는 예쁜 딸 잘 키워서 시집보내고 잘 살고 있다.




둘째 사위는 바로 내 남편이다. 형부와는 반대의 성향이다. 의류회사의 회사원이었다. 화이트 칼라에 깔끔 왕 딱 장모님 표 사위가 나타났다. 게다가 붙임성도 애교도 철철 넘친다. 어쩌면 좋을까나?? 장모님을 들었다 놨다 하며 무뚝뚝한 아버지랑도 비교되면서 둘째 사위는 울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신혼초 상승곡선을 탔다.


그러나, 그 사랑도 잠시 식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첫아이를 분만하고 산후조리를 해주러 우리 집에 오신 울 엄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혼잣말을 하시며 열흘쯤 함께 살았다.


신혼집을 반들반들하게 깨끗하게 먼지 하나 없이 치웠는데 뭐가 문제일까??


머리카락을 스카치테이프를 말아 떼어내고, 쓰레기통도 그날그날 싹싹 비우고, 걸레도 뽀송뽀송

수건도 바싹 말려 착착 개어 두었고, 심지어 흰색 메리야스 흰색 팬티도 삶아서 말려 두었다.


난 결혼하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일을 병행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그렇게 1년쯤을 살았다.


메리야스, 팬티 흰색, 와이셔츠 모두 흰색 , 양말도 흰색만... 양복바지 칼주름, 서랍장 속도 줄지어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기본이 아니던가?? 하다못해 승용차도 흰색이었다. 아기를 낳고 울 엄마가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는.... 우리는 화이트 한 세상 속에서 나름 행복했노라고 ㅎㅎㅎ 그러나...


"김서방, 이리 와 앉아보게,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속옷을 삶아서 입고 흰색 와이셔츠만 입는가?

우리 딸 그만 고생시키게나... 내일 당장 속옷이랑 와이셔츠 색깔별로 사다 놓을 테니 바꿔 입게나"


그다음 날, 속옷과 양말 와이셔츠를 왕창 사서 바꿔 놓고 충청도로 내려가셨다. 화이트에서 칼러 풀한 남자로의 변신은 어색했지만 깔끔쟁이의 끝판왕 울 엄마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자네 너무 깔끔 떨면 들어오던 복도 나가는 거라네~ 그러니 적당히 치우고 적당히 알겠나?? 깔끔 쟁이 원조 울 엄마는 많이 당황하셨다.


큰사위를 맘에 안 들어하시더니 작은사위를 잡았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유행가 가사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변화의 물결은 긴 세월 큰사위와 작은사위의 풀어야 할 숙제였고 과업이었다. 살아갈 날들에 대한 고민이고 갈등이었으리라.


"큰사위? 작은사위? 반반씩 섞였더라면 좋으련만..."


울 엄마의 소원은 하늘이 두쪽 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하지만 큰사위도 작은사위도 조금씩 변해갔다. 30년~이란 긴 세월 속에서 가족 대열에 합류해서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네모가 동그라미 되듯이

두 사위는 180도 완전히 변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90도쯤은 변한 것 같다. 참 애썼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살기까지... 세월은 정말 덧없이 흘러 흘러갔다.

큰사위는 조금 깔끔해졌고 열심히 살고 있다. 작은사위는 아주 조금 털털해졌을 뿐이다. 많이 달라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두 사위는 자기 자리를 지켜가고 있음에 고마울 뿐이다.


큰사위 작은사위 반반 섞이는 기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반반 소리가 귓가를 따갑게 내려앉았는지?? 가끔 반반 치킨을 먹을 때나 짬짜면을 먹을 때면

엄마의 반반 소리가 생각나서 웃곤 한다. ㅎㅎ


'울 엄마 은근 욕심이 많았네~ 알고 보니 두 사위의 반반 맛을 다 즐기시면서 사셨구나!! ㅎㅎ'

두 딸의 행복을 위해 아파하셨을 울 엄마와 사위가 처음이었던 그들의 삶을 이제야 알아간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는 소중하니까~ 사람을 반반 섞어서 나눌 수도 없는 일이고 굳이 섞어서 반을 나눈 들 무엇이 되겠는가? 나만의 개성과 취향과 성격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고 살면서 학습되어 고정되어 가는 것이니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조금씩 바꿔 간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뭘 먹을까?


하루에도 여러 번 고민하는 나의 인생에는 정답도 해답도 없다. 다만 내 안에 선택만 있을 뿐이다.


여전히 깔끔쟁이 작은사위는 수건을 여러 개 쓴다. 난 여러 가지 색깔의 수건을 많이 빨고 갠다.

청결은 나쁘지 않지만 가끔 귀찮을 때도 있다. 쌓여가는 수건을 보며 오늘도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한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해탈의 경지에 오른 듯 살아간다. 하하하

하노이 길가에서 우연히 반반한 꽃들의 미소를 만났다. 음~~ 행복한 하루는 역시 나의 선택인 것을... 알았다.

KakaoTalk_20210314_222807128.jpg 반반의 꽃~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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