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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처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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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이리스 h
Sep 15. 2023
쇼핑 퀸에서 식(食) 집사가...
과거와 현재의 삶
불안과 스트레스를 진정시키고
편안한 수면을 촉진하는 라벤더향
보랏빛 라벤더 향이 집안 가득 퍼진다.
거실 중앙
장식장 위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 만에
베란다로 쫓겨났다. 왜? 향이 너무 진해서 취한다. 넓게 퍼진 가지를 몇 개 다듬어
물에 담갔다.
화장실 안에 신발장 위에 올려두니
보기에
좋다.
비어있는 화분에 흙을 좀 더 채우고 분갈이를 했다. 그리고 베란다 중앙에 자리 잡았다.
아보카도가 슬쩍 자리를 비켜주었다. 초록초록 했던 베란다가 금세
보라보라 보랏빛으로 바뀌니 기분이 좋다.
베란다 속 라벤더
그래 사 오길 잘했다.
슬픈
전설의 꽃 라벤더의 꽃말은
정절과 침묵이지만 난 그래도 보라색이 좋다.
한 동안 베란다를 지켜줄 내 마음의 안정제다.
비가 오는 금요일에 잘 어울린다.
서울, 서울
, 서울
명동을 주름잡던 때가 있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쇼핑을 했었다.
뭘 입어도 이쁘고 날씬하고 풋풋했던 20대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아 ~~ 옛날이여~~~
결혼 후
,
두
달에
한 번씩
동창모임이
있던 날
우리는
종로와 인사동을 누볐다.
지하상가에서
싸고 좋은 걸
사느라 발품을
팔던 때를 생각하니 미소가 번진다.
반지를 고르며 웃고, 귀걸이를 사고
목걸이를 걸어주며 나름대로 뭔가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쇼핑이었다.
동대문, 남대문으로 시장을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쇼핑을 하고도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육아 스트레스를 잠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던
30대의 유일한
특권 때문이었으리라~~
"쇼핑퀸의 남편들이여~~ 애들 봐주느라
그 시절 참으로 고생 많았고 고마웠소"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와 이곳저곳
백화점을 기웃거리며
가방,
신발, 옷가지들을
사느라 시간과 돈을 썼고, 분에 넘치는 것들은
일시불 대신
12개월 할부로 저당 잡힌 인생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즐거웠다.
난 백화점이 보이는 곳으로
이사도
했었
다.
남들은 학군 좋은 학세권,
지하철 타기 좋은 지세권,
숲이 잘 보이는 숲세권... 이라지만
나는 쇼핑하기
딱 좋은 쇼핑권을 택했다.
이 정도는 돼야 쇼핑퀸이 아니겠는가?
해외 원정 쇼핑까지 넘나들며
신나게
물욕을 채우며 텅텅 비어 가는 통장잔고에도
끄떡없는 강심장을 가진 쇼핑퀸이었다는 사실
부끄럽지만 당당하게 벌어서 실컷 쓰며 살았다.
쉿! 비밀 아닙니다.
채워도 채워도 허기짐을...
사고 또 사도 만족함을 느끼지 못함을...
싸구려를 사도, 비싼 것을 사도
그때뿐이었고 오래가지
못했지만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물건을 사서
채우거나 바꿔야
기분이 좋아졌을 뿐이다.
부자가 아닌데 부자인척 사느라 애썼다.
나름 누리며 사느라 땀나게 일했다.
허세를 즐기느라 참 바쁘게 살았다.
쇼핑은
그렇게
지루함을 달래기에
참 좋은 활력소였음을 인정한다.
아~~ 멈추기까지... 시간이 흘러갔다.
"어머
어머
여기 외국 같아~~"
여기는 바로바로 베트남 하노이다.
있을 건 다 있는데 뭔가 2프로 부족한 이 느낌 뭐랄까? 사고 싶은 물건도 없고, 내 나라가 아니니 언젠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쇼핑퀸은 변하기 시작했다.
삶이 많이 단순해졌다. 계절별로 갈아 신던 신발, 옷, 집꾸밈이 필요치 않았다.
과거는 잊어라 쇼핑퀸을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짝퉁샆이 많은 나라에서 진짜는 설자리가 없었고 명품 가죽백은 곰팡이가 필 정도로 습해서 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쇼핑하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고, 배달을 받거나 필요한 것만 사며 미니멀한 삶이 저절로 되었다. 가끔 쇼핑을 가도 밥만 먹고 오거나 차 만 마시고 수다 떨다 왔다.
새로 오픈한
호안끼엠 쪽 롯데몰
에 갔다.
우아 ~~ 세련미 뿜뿜 너무 멋진걸...
롯데 몰
아직 오픈이 채 안 된 곳도 있고, 오픈준비로
바쁜 매장을 휙휙 돌아본다. 눈도 시리고, 다리도 아프고, 살 것은 많으나 이곳저곳 돌아다니기가
힘들었
다.
맛난 점심은 베트남식으로 커피도 베트남식으로 ㅎㅎ베트남 여인이 다 되었다
. 쇼핑퀸이었던 과거가 무색할 정도다. 이제 명품도 보이지 않고 물욕도 사라진 지 오래다.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사고, 빨간 모자 아저씨가 파는 과일 중 석류를 두 개 샀다. 롯데몰에 진열된 물건들에게 눈길만 주고 돈은 시장에서 쓰고 왔다.
롯데몰에 명품들이
촤라락
깔려도
내 지갑 속 돈들은 이제 멈출 줄 안다.
"먹는 게
남는 거야 ~~"
울 엄마의 말이 석류알처럼 탱글탱글 살아나 말해주는 듯했다.
석류 두개
나의 글
'비상계단에서 만난 그녀'
가 한국에서
한 달 넘게 있다가 하노이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로 했다. 같은 아파트라 택시 타기도 좋다.
하동 이온몰 피자포피스
에 가기로 했다.
이틀 연속 쇼핑을
하면
힘들지
않냐
고?
힘들다. 돈을 주며 내일 또 갈 거냐고? 물으면 노노노 를 외치며 쉴 거라 말할 거다. 예전에 내가 아니다. 쇼핑 안 좋아한다.
사실은 무척 좋아한다.
1번 입구 쪽으로 들어가니 꽃집이 나를 반긴다. 어머낫
이쁘다 이뻐 벌써 기분이 확 좋아졌다. 그녀도 나도 꽃을 보며 "우아~~~ 이쁘다." 일단 밥을 먹고 오자며 꽃집을 지나쳤다.
피자포피스에 도착했다. 예약하지 않았으니
아무 데나 앉으라 한다. 노노노 좋은 자리를 달라고 부탁했다. 예약석이란다. ㅠㅠ 끝내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조용한 구석 끝자리를 ㅎㅎ 쟁취했다.
하동 이온몰 피자4피스
맛난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로
입가심을 했다.
이제 쇼핑을 슬슬 시작해 볼까?
쇼핑은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
돈은 버는 맛보다 쓰는 맛이라고 했던가?
이것저것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아~~ 쇼핑퀸은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食(밥식) , 媳(며느리 식)
飾(꾸밀 식), 植(심을식)
喰(먹을 식) 즉, 식 집사가 되었다.
쇼핑퀸이었던
아이리스는
식물을
키우고,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깔끔하게
청소하여 꾸미고
, 요리를
하는
진짜
주부요 며느리로
살고 있다.
워킹맘으로 힘겹고 바쁘게 살았던 때보다
사골국을 끓이고, 소갈비를 재우고...
라벤더 향기에 취해 슬슬 세상구경 하며
사는 진정한 쇼핑퀸으로 사는 지금의 삶을
사랑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쇼핑 퀸
친구들아~~ 보고 싶다.
keyword
쇼핑
라벤더
하노이
Brunch Book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처럼 살기
01
베이글과 바꾼 와인 이라니~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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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he 리퍼블릭
04
탄탄면 & 콩국수
05
찜통더위에 재래시장에 ?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처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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