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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an 12. 2024

속 편한 세상~

우담차이~


차가 엄청 밀리는 주말저녁

한 끼 때우러 나왔건만

도로가 주차장이다.(하노이)

전진도, 후진도, 유턴도 안된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린다.

추적추적 톡톡 빗방울이 떨어진다.


나온 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아~~ 배고프다.'

새장에 갇힌 새 처럼 차 안에 갇혔다.

집에서 아무거나 먹을걸...

괜스레 외식한다고 나와서는

이게 뭔 고생이람? 속 시끄럽다.


도로의 무법자 오토바이들은 작은 틈을

비집고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간다.

남편은 양쪽 백미러를 접어 두었다.

참 속도 편하다.

"오늘 안에 가겠지 어쩌겠어"

슬금슬금 기어가는 중이다.




갈비를 뜯을까?

삼겹살을 먹을까?

만둣국? 샤부샤부?

머릿속이 온통 메뉴판이 되었다.

속 편한 세상을 위한 선택은?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정하고 예약을 했다.


비도 오고 어둠이 슬슬 내려오는

운치 있는 토요일 저녁 우리는

막히는 도로를 빠져나와 겨우 도착했다.

20분 거리를 1시간쯤 걸려 온 듯하다.

석가모니 돌상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조용해진다. 쉿!


초록식탁과 자줏빛 벽 색깔이 

대조를 이루며 음침하고 어두웠다.

천정에서 쏘아주는 불빛을 따라

두꺼운 사진 메뉴판에 집중하였다.

이거, 저거, 그거를 막 시킨다.

답답했던 차 막힘을 이겨낸 보상이다.






베베 꼬인 위장에 음식을 접수시켰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속을 채식위주로 채우고 나니

덩달아 마음까지 편안 해졌다.

음 ~여기요 콜라? 노옵! 자연주의 식탁엔

오직 맑은 물 라비앙뿐이라고 한다.


바나나잎 위에 찰밥이 예쁘게 세팅되었다.

보라, 블루, 노랑, 주황, 초록빛을 띠고

망고와 함께 나왔다. 눈도 입도 호강하는 날

약간 매콤한 샐러드도 색다른 맛이다.

음~~ 속 편한 세상에 오길 잘했다.

정갈한 밥상을 깨끗하게 비웠다.


살다 보면 가끔은

속 끓이는 일들이 생기고 힘이 든다.

기름진 고기 없이도 야채식으로

속도 달래고, 마음도 달래며

속 편한 세상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내 몸과 마음은 늘 편안함이 최고다.

 

하노이는 1월과 2월 사이 비가 계속 오고

파란 하늘 보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자신을 잘 지켜내는

비법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단순함에 있다.

모두모두 속 편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우담차이

예약 필수이며 속 편한 채식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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