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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y 15. 2024

'미라클 루틴 '그녀가 나타났다.

JW 메리어트 호텔 컨벤션


5월, 베트남 하노이는 찜통이다.

날씨만큼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지난주

토요일, 그녀가 온다는 소식에 3주 전부터

하노이는 그녀를 맞을 준비로 바빴다.


그녀는 누구인가?


소풍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게 아니란 걸...

어른들도 손꼽아 기다는 날이 있다는 걸...

그녀를 위해 한인회에서는 장소부터

진행까지 여러 가지로 많은 신경을 썼다.


그녀의 토크쇼에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하노이 여성 합창단은 덩달아 바빠졌다.

새로 들어온 단원들은 급하게 아오자이를

맞춰야 했고, 고3수험생모드로 가사를

암기해야 했다.


노래가사가 꼬이고, 헷갈리고, 갈팡질팡

요리조리 흔들리더니 조금씩 박자와 음정이

안정세를 찾아 다듬어지고 있었다.

부족한듯한 합창연습이었지만

열정만큼은 금메달 감이었다.


일주일에 연습을 두 번으로 늘리고

일하는 단원들을 배려하여 김밥까지...

맛난 식혜를 가져오신 언니, 그리고

옥수수를 쪄온 언니 덕분에 푸짐한

점심을 해결하면서 연습을 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쯤...

인생과 아름다운 나라 두곡을 불러야 한다.

오색빛깔 아오자이를 입고 대기했다.

중년의 불어난 뱃살을 아오자이는

감춰주질 못했지만 우리는 당당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을 마치고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희미해질 즈음~

전주가 흘러나왔고, 마음이 고요해졌다.

지휘자님의 표정과 손끝에 집중하며

우리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갔다.


10년 차 합창단답게 본무대에서 잘했다.

리허설 때 못한 부분들을 서로 알고 있는 듯

실수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 나니

감동의 박수갈채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암 투병 후 공백기간을 지나 합창단에 돌아온

언니는 예쁜 모습으로 무대에 다시 서게 되었고

하노이에서 30년을 버티어낸 70대 왕언니도

꽃단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이것이.... 인생이라~~~


이런저런 여건과 환경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합창단의 일원으로 나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시간 그 안에서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끼며 자리에 서있음이 감사했다.


무대가 계단식이 아니어서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로 자신을 알린 합창단원들

모두의 땀방울과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에

그날의 벅찬 감동과 느낌을 전해본다.

2024년 5월 11일 하노이


5월 11일 메리어트강연장에서

그날 오프닝 무대는 다른 때보다 뜨거웠다.

하노이에서 한국노래를 합창으로

부르는 일은 가슴이 뜨거워지고

애국심이 샘솟는 일이다.




드디어 미라클 루틴 그녀가 나타났다.


반가움에 박수소리는 커졌으며

공중 분해되어 흩어졌다.

조심스럽지만 그녀는 신체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예전 그대로였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아파트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김미경 토크쇼에 갔었다.

연세대 강의장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

파이팅 넘치며 유머러스한 강의에

푹 빠저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역시나 말대로 그녀는 환갑의 나이가

무색하게 늙지 않았다. 십여 년이

지나고 오늘은 두 번째 만남이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난 한인회 도서관에서

오래전 읽었던 책을 빌려 다시 읽었다.


그녀의 찐 팬이 되었던 그때를 기억의 창고

에서 더듬더듬 찾아왔다. 그 이후로도

각종 매스컴과 티브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 힘든 시기에 그녀의 강의를 들었

사춘기 두 아들과 의류 무역회사에 다니던

남편의 잦은 출장으로 두 아들 독박육아에

지쳐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결혼 후, 전업주부로 십 년을 지내고 나니

다시 일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내로, 엄마로, 워킹맘으로 살아낼 자신이

없었다. 멈춰버린 시계에 새 건전지를 넣듯

나는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차근차근 다시 마음의 나사를 조이고

기름칠을 하여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갔다.

논술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아이들에게

국어와 글쓰기 수업을 하며 작은 꿈을

이루고 십오 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녀는 작은 거인이 되어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합창단이 뜨겁게 데워놓은 무대 위로

올라가 강연을 시작하였다.


"내 나이에서 17살을 빼라"


백세시대 신체나이가 라이프스타일 나이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불편함을 갖고

뭐든 도전하라고... 다시 한번 잠자던

열정을 흔들어 깨웠다. 참 고맙다.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일은

독서와 노래 부르는 일 그리고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김미경 강사님을 다시 만나게 된 건

정말 행운이었다.(미라클)


난 해외살이를 하며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글로 써내는 일이 즐겁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던 길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사인도 받았다.

그녀가 건강하게 30년을 강의하고

멋진 워킹맘으로 살아감이 멋지다.


또다시 그녀를 만나는 날엔

나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미라클 루틴을 실천하며 살고 있을 거다.

해외살이로 퍽퍽해진 마음에

단비가 내려 부드러운 흙처럼 마음도

생각도 말랑말랑 해졌다.



그분(그녀)을 더 젊게 부르고 싶었다 

애써주신 한인회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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