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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22. 2024

슬로우 슬로우 퀵퀵!! 중따디~

무지개 공원으로

저녁은 뭘 먹을까?


찜통더위에 출장은 힘이 들지만 일 끝내고

누리는 저녁식사는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집 나간 입맛을 잡아오기에 좋았다.

오랜만에 베트남 속 중국식당을 택했다.

운전도 멈추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기름끼 두른 음식에 혀가 마중 나간다.

알싸한 매운맛 새우튀김요리

시원하고 맛있는 오이 탕탕이

보들보들한 뚝배기 가지찜

매콤 달콤한 치킨요리

야채볶음밥까지...

베트남 타이빈 중국식당 메뉴

남편의 후배 두 명과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함께한 저녁식사는 맛과 웃음이 함께했다.

남자 셋 여자 하나 난 조폭마누라?

형님형님 따라다니는 후배들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맛있는 식사를 즐겁게 나누었다.


다들 가장의 역할을 해내느라 힘겨운 삶을

버티어 내고 있으며  베트남에서의 짠내 나는

속을 털어내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비워낸 속을 야무지게 채우고 나니

푸짐했던 접시들이 비워졌다.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으니 운동을 하러 갔다.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은 식후 많이

움직이는 것이기에 우리는 무지개 공원으로

걷기 운동 을 하러 함께 갔다.


중따 디 (함께 가요)

타이빈 무지개 공원

이곳은 하노이북부에서 2시간 떨어진  타이빈

무지개 공원이다. 가끔 이곳으로 출장을 온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쇼핑도 하는 곳이다.

커다란 공원에 무지갯빛 등과 호수 안을 꾸며놓았다.

벳남사람들은 화려한 불빛을 참 좋아한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티브이를 보는 것보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벤치에 앉아 삼삼오오 수다도 떨고

가족끼리 나와 연도 날린다.

그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여인들이 달밤에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체육복이나 잠옷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으며

음악에 맞춰 똑같이 춤을 추고 있다.

느려졌다 빨라졌다 그들의 춤은 라인댄스, 줌마댄스. 재즈댄스와 비슷하다.


오래전 한국에 살 때 난 재즈댄스를 배웠다.

아이들이 중고생 일 때 부지런히 오전에

청소를 해두고 재즈 운동화를 챙기고

간편한 옷을 입고 마을버스를 탔던 기억이

난다. 서울 성북구였는데....


거울 앞에서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떼며

부끄러움이 많았던 그때가 생각났다.

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들며 두 팔을 흐느적

거리며 잠자던 온몸의 근육들을 깨웠었다

세 번째 줄에 서 있던 나는 몇 개월 후

거울 앞 맨 첫 줄이 되었다.


춤을 잘 춘 것이 아니라

아줌마들이 하나둘 포기를 하면서

인원이 줄어들었고 꾸준함이 무기였던

나는 선생님을 마주 보는 자리에서

재즈댄스를 배웠다.


포기하지 않으면

뭐든 중간은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못해! 난 할 수 없어! 가 아니라

뭐든 도전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 안에도 춤은 낯설지 않다.

베트남 시골의 한 공원에서

동네아줌마들이 달밤에 춤추는 광경을 보니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는 걸 보니

재즈댄스를 배웠던 게 남아 있는 듯하다.


타이빈 무지개 공윈

흥이 많은 벳남 여인들 그들도

하루종일 일하거나 주부로써의 삶을 살고

야한 밤에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게 아닐까?


흥겨운 음악도 있고 구슬픈 음악도 있었

그들의 춤사위는  아름다웠다.

깜깜한 밤하늘의 별들도 달님도 구경 나왔다.

나도 하노이에서 출장 나와

타이빈 무지개 공원에서 구경꾼이 되었다.


남편은 땀나게  걷기 운동만 하고 있다.

어느새 다섯 바퀴째~~ 난 천천히 호수를 돌며

벳남 사람들의 모습을 살폈다.

덩실덩실 춤추는 그들이 행복해 보였다.

한국사람들이 달밤에 공원에서 춤을 춘다면

동네가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올 텐데...

이곳은 사뭇 다르다. 함께 즐긴다.


 베트남이 가끔은 사랑스럽다

 중따디~(베트남어 함께 가다)

인생길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조금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혼자서 못하는 건 함께 하면 되고

혼밥보다 함께 먹는밥이 더 맛있다.


부끄러움도 함께 하면 덜 한거

달밤에 체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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