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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29. 2024

못 박지 마세요!

카페 같은 사무실

윙 윙 윙 ~

드르륵드르륵~

꽝 쾅 쾅~

탕 탕 탕~

못 박지 마세요~~


 3개월 전.


회사 사무실 두 개를 하나로 합치는 이사 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노이에 있던

사무실과 타이빈에 있던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임대했던  건물 전체를 주인이 팔게 되면서

우리는 더 거주하기를 원했지만 할 수 없었다.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며 한 달 안에 이사를

하라고 통보를 받았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사업장을 이사하는 일은

힘들다. 대부분 월세로 사는 한국인들은

분명 계약서를 썼건만 건물주가 건물을

팔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변덕스럽게  돌변하는 건물주의

형편과 처지를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오

내나라도 아닌 타국땅에서 어쩌겠나?

힘없는 자가 물러서는 게 맞지만 뭔가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발품을 팔면서 사무실을 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이라면  청소가 잘된 깨끗한 곳을

보여주는 게 당연한 일이나 베트남은  임대가

안되저렴한 곳이라며 먼지가 쌓이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곳도 그대로 보여준다


놀라지 마시라. 어이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아휴 ~~ 아이고~~ 세상에 쯧쯧

땅이 거치는 한숨소리가 절로 난다.

지친다 지쳐.., 특히 시골은 더하다.


사무실 찾기 프로젝트


1. 습한 기후에  벽 상태와 페인트 마감처리

2. 천정에 누수나 곰팡이가 없는지? 확인

3. 화장실 위치와 청결상태

4. 창문과 내부 공기의 흐름

5. 물이 잘 나오고 빠져나가는지?


6. 전등의 위치와 밝기의 정도

7. 들고나는 문의 열고 닫음에 불편함은 없는지?

8. 콘센트의 위치와 개수파악

9. 외관과 내부의  느낌을 살핀다.

10. 사무실의 위치와 주차가능 여부등


월세로 임대하는 사무실을

천년만년 살 것처럼 꼼꼼하게 체크한다.

 50프로만 맘에 들면 오케이 한다.

8년 차 해외살이 중  이번에 얻게 된

사무실은  감사하게도 한국마트에 갔다가

지인찬스로 맘에 드는 건물을 임대했다.




베트남사람들은

작은  땅콩주택 건물을  1층부터 3층~4층까지

사무실이나 집으로 임대하 편이다.

에서 보면 작아 보여도 들어가면 길고 넓다.

땅콩주택 예시

우리는 출장지인 타이빈에 사무실을 얻었다.


건물주는  카페를 운영하려고 준비하다

멈추었고 우리는 카페 같은 사무실을  좋게

얻게 되었다. 매의 눈으로 체크 확인이 끝나고

계약서를 쓰던 날  건물주는 변심을 했다.


오 마이 갓~~


급하게 다른 곳을 알아보는데 영 마음에 안 든다.

월세를 조금 올려주고 라도 그곳을 다시

가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건물주의 전화가 왔다.

별다른 조건 없이 건물 어디에도 못 박지 말고

깨끗하게 사용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리는 오케이를 하고 드디어 사인을 했다.


1층 들어가는 입구와 층계

들어가는 입구와 층계내부가 깨끗하다.

베트남 사파의 계단식 논이 벽에 펼쳐져 있고

1층과 2층 사이 빈벽에 그림과 사진이 있지만

풍경화이고 보기에 나쁘지 않다.


사무실이 아니라 카페 같은데...


처음엔 조금 망설였다. 컴퓨터 작업이

많고 일이 많아 산책도 못하고 하늘 한번

올려다보기 힘든 회사 사무실 말고 구름과

하늘, 나무숲. 바다를 들인 사무실 어떨까?

4층에서  바라본 하늘

4층 옥상으로 올라가는 곳에는 진짜 하늘도

볼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작고 아담한 공간으로

출퇴근을 하며 카페에서 일하는 느낌이다.

숲과 나무가 그려져 있는  사무실 내부

직원들도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그동안 벽에 못 박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았다.

망치로 드릴로 구멍을 내느라 애쓰며 말이다.


못 박지 마세요! 


처음엔 임대하고 월세내면 못 박는 것쯤

자유가 아닌가? 의아했다.

못을 많이 박으면 건물에도 하자가 생길 수

있고 흔적이 남아 좋지 않다는 말이다.


갑자기 나의 생각이 스쳐간다.

내 마음에도 남의 마음에도 못 박지

그 마음 그대로 지켜줘야  하는 거...

건물주의 생각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카페 같은 사무실에서

아무쪼록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길...

힘들다 힘들어~~ 쉽지 않은 인생길

저 푸른 초원 속 그림 같은 집 그림을 보며

오늘도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2층 사무실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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