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시
새로 시작하기보단
하나씩 뭔가를 그만두는 나이가 맞는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온순한 것 같지만
은근히 고집 센
너희들을 양 손에 모두 데리고
가보지 않은 길을 걸을 용기와
작지만 남아 있는 설레임 한 조각
저녁 귀가 길 어스름한 골목에
일제히 켜진 가로등처럼
권태로운 생에 화들짝 불이 붙네
힘겹게 올라 온 산 중턱에 앉아
익숙한 숨을 골라야 할 때
너희를 이제야 만나
나이테를 지우는 바쁜 나의 손
느리고 벗튕기는 너희들을 데리고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만은
가다가 주저앉을지라도
가다가 뿔뿔이 놓칠지라도
같이 오르고 동행했기에
기억할 거야
끝까지 가지 못해도
사랑할 거야
중년에 만난 듬직한 나의 근육들
내 친구 너희 모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