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시
내 몸의 삼팔선은
상체와 하체로 나뉜다
가슴과 팔과 어깨와 배는
허리와 엉덩이와 허벅지와 무릎의 호소를
듣지 못한다
아래서 시작된 층간 소음이
위로는 신기하게 퍼지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부실한 하체가
튼실한 상체를 향해
안부를 묻는다
너희들은 정말 안녕한 거니?
우리들은 여전히 저리고 힘들어
우측 엉덩이에선 왱왱 사이렌이 울리던가 싶더니
넓은 허리 한 복판에선 촛불 행진이 시작되고
무르팍 언저리엔 크고 작은 폭동이 잇달아
허벅지 대로엔 가두시위가 시작된 지 오래야
통증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경직의 원인을 밝혀내라고
고통의 분담을 실현하라고
하체의 권위를 회복하라고
외치고 또 외쳐보지만
우리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할 바에야
하나가 될 수 없을 바에야
너희라도 편안하기를 바라야 하겠다만
내 몸에 그어진 삼팔선은
분단의 쓰라림으로
우리를 점점 더 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