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시
이를 악 물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어려서 친구와 팔씨름하면서?
체력장 800미터 달리기를 가까스로 완주하면서?
철봉에 양 팔을 걸고 매달리기에 도전하면서?
쌍둥이 애 둘을 낳을 때도 이렇게 이를 악 물지는 않았다
살다 보니 이를 악 무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직장 일도 이를 악 물 정도로 힘들지 않다
그저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많을 뿐
관계도 이를 악 물 정도로 애쓰지 않는다
그럴수록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이를 악 무는 대신 이를 갈고 있다
바이셉스를 단련하다가
너무 힘들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순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비틀어진 이빨과 함께 일그러졌다
삐딱하게 웃고 있는데
그 모습이 투박하고 생경하나 진솔해 보인다
이를 악 물지 않고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을까
건성으로 산 것이 아닐까
이를 악 문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유년에 하던 일을 지금 한다고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 없겠지만
이를 악 물지 않는다고
딱히 내가 뭘 하고 있지도 않으니까
이를 악 문 나의 모습을 살갑게 맞이해야지
젊어서 느꼈던 건강한 의욕을 다시 보는 것 같아서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것 같아서
되지 않을 일도 아직 포기하지 않는 것 같아서
덤벨을 든 바이셉스를 아래 위로 움직이며
어금니가 물릴 때까지 '한 번만 더'라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