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견문록 200일 : 1일차

by SOO

20시간을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 시간을 착각하여 세인트 폴 대성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있었지만 모든게 순탄한 여행만을 꼭 좋은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런던은 분무기로 뿌리는 것과 같은 비가 오고 있고 여름이지만 아주 선선하다. 선선한 탓에 지하철과 호텔에는 에어컨이 없다. 오히려 실내가 덥다는 사실은 꽤 신기했다.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라는 말을 온 동네가 실천하는 느낌. 진짜 더워보지 못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유럽 냄새 물씬 나는 저층의 건물들과 타워브릿지를 비롯한 랜드마크를 구경했고 마무리는 셰익스피어가 자주 찾았다는 펍에서 맥주를 마셨다. 수제 에일의 맛이 인상적이었고 분위기가 마치 중세 판타지물의 선술집같아 좋았다. 반지의제왕의 pouncing ponies처럼, 모험의 시작 전에는 항상 마지막으로 고향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술집이 있다. 여행 첫 날의 저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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