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그림을 올렸더니 투고하지 않고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림책 제작을 위해 나에게 메일로 연락이 온 출판사는 예전에 살았던 동네 근처라 자주 들렸던 곳이어서 나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장소이다.
그림책 관련 미팅은 처음인지라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출판사에 들어섰다.
준비해온 명함과 함께 내 그림이 들어간 엽서 몇 장을 내밀어 건넸다.
"sns에서 그림 잘 보고 있었어요. 그림이 너무 따뜻하고 귀여워요. 그림책으로 만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혹시 준비하신 원고가 있으실까요?"
"아, 사실 원고가 있긴 한데 어떠실까요?"
"음, 너무 서정적이고 잔잔해서, 좀 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한 번 다른 원고도 준비해서 보여드릴게요."
미팅에서 대화가 오고 간 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문 밖을 나서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림책을 제작할 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면서 머릿속에서는 온통 그림책 원고를 어떻게 재밌게 쓸까라는 생각만 할 뿐이였다.
자신감이 부족해 투고하지 못한 원고들을 노트북에서 꺼내 보았다.
대략 10개 정도 되었는데 대략적으로 줄거리만 쓴 원고도 있었고 예전에 그림책 강의를 들으며 만든 스토리보드도 있었다.
'흠,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없는데. 그래도 이건 잘 살려서 쓰면 괜찮을 거 같은데.'
어떤 원고를 넘겨야 할 지 깊은 고민을 하였다.
고민만 몇주 동안 한 거 같다.
미팅만 하고 이대로 끝낼 것인가. 그래도 기회가 왔는데 부족해 보이는 원고여도 한 번 투고해보자.
원고를 써서 투고하기 전에 그 때 미팅했던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을까요.
다름이 아니고 글 작가분이 재밌고 귀여운 이야기를 쓰셔서 그림 작업을 해보시면 좋을 거 같은데요..."
메일이 오자마자 바로 글 원고를 열어서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다. 스토리도 너무 귀엽고 재밌는데.
꼭 같이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림 작업 한다고 연락 드려야지'
그렇게 해서 나의 그림이 들어간 첫 그림책을 작업하게 되었다.
그래, 아직 글 쓰는 실력은 많이 부족하니까. 그림 작업부터 먼저 해보자.
꾸준히 sns에 그린 그림들이 빛을 발하는 첫번째 관문이었다.
내 그림이 들어간 그림책이라니,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룰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유튜브에서 책 투고와 관련된 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출판사에는 매일 수많은 원고 메일이 쌓여있어요. 그 중에서 출간할 만한 멋진 원고는 1%, 아니, 0.1%에 불과해요. 글은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해요. 매일 글을 써서 올리다 보면 그 글들이 모여 하나의 책이 될 수 있고, 글이 마음에 들면 출판사 측에서 먼저 연락해서 출간 제의를 하기도 하죠."
무조건 투고를 하여야 책이 출간되는 줄 알았는데, 투고를 하여 출판사의 선택을 받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며 설령 원고가 통과되어 출판사와 계약을 한 후 여러 수정을 거쳐 세상에 나만의 책 한 권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고 있다.
이렇듯 투고 이외에도 책을 출간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다.
특히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처럼 삽화가 들어간 책은 꼭 글과 그림을 둘다 하지 않더라도 글 작가가 쓴 글에 내 그림을 그려 책을 출간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내 그림을 가지고 책을 출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산그림, 개인 홈페이지 등 나의 작품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본인의 스타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그림들을 정기적으로 업로드하여 자신의 일러스트 브랜드를 알린다. 그림 스타일은 애매한 스타일로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서 그리기 보다는 개성있고 일관된 그림 스타일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그려서 올려야 sns의 유입이 더 잘 되고 출판사도 작가의 스타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여러 일러스트페어(대표적으로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가 있다.)에 나가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거나 그림책 공모전에 제작한 그림책을 출품하는 방법도 있고, 혹은 그림책 아카데미에 등록해 그림책 관련 강의를 수강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단순히 꾸준히 sns에 그림을 올린다고 출판사에서 무조건 먼저 연락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림책 스타일에 맞게 그림체를 계속 연구하며 그림의 퀄리티를 높혀야 하고 그림책은 전세계 어린이들, 즉 대중들이 보는 책이기 때문에 만인에게 호감이 가는 대중화된 그림체여야 한다.
특히 나 같은 경우 다른 작가들처럼 캐릭터의 흔한 일상을 그리되 그림 한 장에서 스토리가 상상이 가게끔 재밌는 상상을 덧붙혀 차별화를 두었다.
sns에서 보면 정말 개성있고 멋지게 잘 그리며 실력있는 일러스트 작가분들이 많고 처음 시작하는 분들도 몇년에 걸쳐 열심히 이러한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 책을 출간할 기회가 올 것이다.
그림책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 평소에 한 장의 그림만 완성했을 때와 달리 여러 장의 그림을 매끄럽게 연결하여 한권의 책을 퀄리티 있게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시작 단계에서 스토리보드를 제대로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러프하게 그림책의 전반적인 구도를 연출하며 그리기 시작하였다. 책은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큰 기대감을 앉고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