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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가 Jul 20. 2024

(프롤로그) 그림책 작가로 발 내딛기

1. 그림을 그리며 그림책 작가를 꿈꾸다

왼)눈사람 마을의 아이스크림(2022) / 오)크림별 선인장(2023)


어릴 때 자주 그림책을 꺼내보고 성인이 된 지금도 도서관에 들어서면

어린이실에 들어가 여러 그림책들을 찾아 읽는다.

글을 읽는 것을 넘어 책 속에서 펼쳐지는 멋진 세계들에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들이 나의 감정과 마음에 와닿는다.

이렇게 그림책을 사랑하는 나는 그림책 작가라는 꿈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토끼 가족의 행복한 하루>를 주제로 그려본 일러스트 작품들


미대를 다니며 동화 일러스트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그림책을 읽고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의 작가들의 그림들을 보며 나에게 맞는 그림 스타일을 몇 년간 연구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그림 스타일을 서서히 자리 잡아가며 그림마다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켜 스토리가 담긴 그림을 꾸준히 그려왔다. 그러면서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경험을 쌓아 좋아하는 소재를 찾고 이에 맞게 주제를 정한 다음 스토리도 계속 다듬으며 수정하기도 하였다.


"언젠가는 내 그림이 들어간 그림책을 출간할 거야."

"작가님 그림이 담긴 그림책이 나와도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언젠가 독립출판으로 그림책을 만들어 펀딩 한번 해볼게요."


이렇듯 내 그림을 본 주변 지인과 작가들의 바람과 달리 유튜브나 책에서 출판업계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내용들은 상반되었다. 그림책 작가의 현실은 냉혹하다고.


"세상에 한 장의 그림을 멋있게 잘 그리는 사람들은 많아도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 스토리가 담긴 하나의 그림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드물어."

"그림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투고 참 쉽지 않던데, 신인 작가는 처음 투고를 넣어도 잘 안되고, 기성작가들도 몇 년씩 걸쳐서 그림책을 제작하거든."

"요새 그림책 펀딩 많이 하죠. 그런데 독립출판이 출판사 통해 출간하는 거보다 더 어렵던데요?"


맞다, 사실 도입, 전개, 결말 순으로 완성도 있게 스토리를 쓰고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며 글과 함께 적절하게 연출하고 배치하여 한 권의 그림책을 완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평소에 동화 일러스트 한 장을 그릴 때면 너무나도 행복하지만 막상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고 두려운 마음에 출판사에 먼저 용기 있게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도 그냥 그림이나 그리자. 스토리도 잘 못 만들면서 무슨 그림책을 해.'


일단은 한 권의 그림책을 먼저 만들기 시작하면 스토리를 만들고 구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크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삽화 외주를 먼저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일러스트 작품 한 점을 그려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그리고 개인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등 그린 작업물을 업로드를 하였다. 오히려 그림을 한 장씩 쌓아가는 것이 스토리를 쓰는 것보다 더 즐거웠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나중에 좋은 기회가 닿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개인 홈페이지와 sns에 이메일 주소를 적어두기도 하였다. 그리고 페어에 나가면 출판 업계나 기업에서 내 그림을 보러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한데 모인 대표적인 행사인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를 신청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연락을 얼마나 받았을까.


사실 외주 의뢰나 기업의 컨택을 받은 건 하나도 없었다. 내 그림은 외주 그림과는 어울리지 않은가? 동물만 그려서 그런가? 사람을 그려야 하나? 아직 동화 삽화 작업을 하기에는 멀었나?

괜찮아,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이대로만 계속하자.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로써 즐겁게 그림을 그리며 9개월 동안 sns에 그림을 꾸준히 올리다가 어느 날 출판사로부터 메일이 한통 왔다.

[ㅇㅇ출판사]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의 그림으로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았다.


'나도 드디어 그림책을 출판할 수 있는 건가?

아직 계약도 안 했는데 일단 미팅을 먼저 해볼까?

아직 제대로 준비한 그림책이 없는데 어떡하지?'


출판사에 답장을 보낸 다음 미팅 날짜를 잡고 메모지와 펜, 명함을 챙겨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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