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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가 Aug 19. 2024

글과 그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까

글˙그림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SNS(인스타그램, X 등) 그림 작가들의 작품들과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무수히 많은 일러스트 자료들이 몇 초에 한 번꼴로 올라온다. 그만큼 그림 한 장을 퀄리티 있게 잘 그리는 작가들이 세상에 정말 많다.

그림을 잘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많다 보니 그림 스타일도 정말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며 어떤 작가의 그림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 있고 눈에 띄니 작가들전시회에 직접 가 보거나 온라인에서 여러 일러스트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동종업계 작가들은 그림 작업을 하기 전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레퍼런스 삼아서 보다 보면 내 그림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작가의 그림 스타일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때로는 저런 스타일도 시도해보고 싶고, 다른 콘셉트로도 그려보고 싶고... 그러다 보니 그림 스타일을 정착하지 못하고 가끔씩 방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듯 그림 작가들은 평소보다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매일매일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을 한다.


그리고 동화 일러스트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넘어 때로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글과 그림을 둘 다 직접 창작해서 하다 보니 "아... 그림 한 장 그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여러 장의 그림을 묶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려고 하니 너무 어려워. 특히 글 쓰는 거부터 막막해서 진행이 안돼."라며 책을 구상하다 잠시 중단하기도 한다. 글과 그림을 둘 다 작업하여 더미북으로 그림책을 만들어 여러 출판사에 문을 두들겨 보지만 출판사의 문턱은 너무나도 높다. 특히 글과 그림을 둘 다 잘하는 베테랑 그림책 작가들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렇듯 그림도 잘 그리면서 이야기를 잘 쓰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출판사 투고가 어려워 일부 작가들은 독립출판으로 나만의 책을 직접 만들기로 다짐한다. 그 누구의 피드백 없이 직접 수정하여 글을 써 내려가고 그림을 글에 맞게 그려나간 다음 편집부터 인쇄 및 감리까지 보며 독립 출판물 책을 직접 만든다. 그런 다음 텀블벅이나 와디즈 같은 펀딩 사이트로 목표 금액을 달성시킨  예약완료된 수량에 맞게 책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특히 두터운 팬층을 쌓아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은 만든 책을 출간하였다고 SNS를 통해 홍보를 하면 모금액이 상당히 많이 모여 책을 만들어 배부하기가 수월하다. 자신의 그림체가 들어간 여러 장의 그림들이 모여 스토리를 가미해 하나뿐인 책을 만들면 구매자들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거만으로도 소장 욕구가 생기기도 하정말 기쁜 일이다. 그래서 인기 작가들은 독립출판으로 책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가들은 직접 책을 만들어 펀딩을 열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펀딩을 해줄지 목표 금액을 달성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을 하게 되니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 책 한 권을 제작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만든 책들의 재고를 관리하고 제작 시 단가가 높아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설령 10권 정도 소량으로 제작한다 해도 제작 단가가 시중에 판매하는 책의 정가보다 훨씬 높고 책을 직접 판매할 시 원가 대비 정가를 몇만 원까지 껑충 뛰어야 하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출판사에 책을 투고하는 것도, 독립출판으로 책을 직접 만드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길이 없다.

특히 그림책을 처음 시작하는 작가들이라면 탄탄한 스토리 구상과 더불어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지게 작업하기 위해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출판사에 수많은 피드백과 검토를 받아야 진정한 그림책 한 권이 나오므로 출판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림책 작가들은 글과 그림을 작업하면 그 뒤로 출판사에서 부서별로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편집부터 인쇄, 물류 및 마케팅까지 신경 써서 관리하므로 앞서 말했듯 그림책 제작을 위해 출판사와의 원활한 협업은 필수라고 본다.


출판사를 통해 그림책을 제작하기에 앞서 그림책 작가들은 직접 작업한 글과 그림이 담긴 더미북을 들고 투고를 한다. 그러나 그림은 잘 그릴 수 있어도 글도 함께 작업하여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에 일러스트레이터나 그림 작가들은 보통 글 작가의 원고를 받은 후 글에 맞게 그림 작업을 많이 한다.

사실 온전히 나만의 창작 그림책이 아니어도 글 작가와 협업하여 그림책의 그림을 그리는 거 만으로도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완성된 림책 한 권은 글 작가, 그림작가, 출판사 모두의 것이 되고 그림 작업을 완료하고 출간을 할 때 그림책 표지 그림 작업자 란에 내 이름이 적혀있고 인터넷에도 내 이름이 책과 함께 작가로 등재되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출판사에서 먼저 그림 작가에게 연락을 해서 기획한 글 원고를 바탕으로 그림 작업을 요청했다는 것은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실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그림만 그렸다고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림 삽화를 주로 작업하는 '그림책 작가'들은 처음 글 작가와 함께 그림 작업을 한 후 두 갈래 방향으로 간다. 앞으로 전문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써 책의 삽화 작업을 주로 해서 나만의 그림체를 세상에 알리거나 또는 그림책의 그림 작업만 하는 것을 넘어 이를 발판 삼아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는 그림책 작가로서 발을 디딘다. 전자의 경우 글 대신 그림 위주로 작업하는 작가들은 글까지 써서 투고할 용기가 안나 그림 작업에 더 힘을 부치고 글 원고에 쏟아붓는 시간이 적은 대신 그림 작업을 더 많이 하게 되면 그만큼 작업한 책 작품들이 많이 쌓인다. 후자의 경우  원고는 한정되어 있는데 수많은 그림 작가들 사이에서 글에 어울리는 그림 작가로 선정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여서 글과 그림 작업을 함께 하여 투고를 하여 직접 책을 낼 기회를 만든다.  안녕달, 백희나 작가처럼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더라도 진정한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당장에 투고가 안되더라도 투고에 성공해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부족한 이야기를 다듬어 나가며 글과 그림을 동시에 작업한다.


글도 잘 써야 하는데 그림까지 잘 그리면 얼마나 다재다능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 거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글감과 이야기다. 물론 그림을 구상하고 그림을 완성도 있게 그려내는 일도 쉽지만은 않지만 무엇보다 그림책에서 그림을 잘 그리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멋진 이야기다. 이야기가 탄탄히 완성되었다면 그림을 그리는 건 그다음 과제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예쁘게 장식이 되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케이크여도 막상 한 입 베어 먹으면 밍밍하거나 너무 달아 맛이 없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은 케이크가 될 수도 있다. 그림책도 마찬가지로 그림만 예쁘고 스토리가 없으면 읽는 동안 내용의 여운도 못 느끼고 무슨 뜻인지 이해도 못한 채 그림만 보고 페이지를 빠르게 넘겨보거나 읽다가 덮어버릴 수도 있다. 이렇듯 독특한 그림체로 훌륭한 그림을 그리기앞서 그림책 결말 궁금해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다음 내용을 찬찬히 계속 읽어내게 만드는 스토리들이 흥미롭거나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해야 한다. 따라서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의 뼈대가 잘 세워져 있어야 한다.



글˙그림 OOO

"______을 쓰고 그습니다."

글과 그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림책 작가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어떤 그림이든 충분히 잘 그려낸다. 설령 그림책 연출이 잘못되어도 재밌게 다시 구상하여 충분히 고쳐나갈 수 있다. 그러나 글감을 모아 재밌는 아이디어를 발휘하여 그림책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고 직접 다듬어 수정해 나가는 건 그림을 그려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림 장을 멋지게 그려내기보다 이제는 이야기를 탄탄하게 완성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 여러 그림책들을 보며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많이 연구해 보고 글을 많이 써보는 연습을 해보자.

설령 지금 당장 출간하지 않더라도 긴 호흡을 가지고 멀리 내다보면 어느새 멋진 그림책 한 권이 완성되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에 맞게 여러 페이지에 그림을 그려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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