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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Dec 05. 2023

내 멋대로 유럽(2)

뉘른베르크의 맛


나는 여행 내내 적당히 깔끔하고 위치 좋은 호스텔을 골라 여성 전용 도미토리에서 지냈다.


첫 숙소의 이름은 Five reasons hostel & hotel로, 깨끗한 방과 샤워실도 좋았고 8.9유로짜리 조식도 만족스러웠다. 



시차 때문인지 새벽 일찍 눈이 떠진 나는 동이 트자마자 동네 구경을 나섰다.


날씨는 흐렸지만 붉은빛 벽돌로 지어진 건물과 멋들어진 담쟁이덩굴 아래를 지나는 지하철을 보았다. 


내가 정말 유럽에 왔구나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높게 솟은 성 로렌츠 성당 건물에 감탄했다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를 구경했다. 


유럽은 11월 말부터 12월까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데 뉘른베르크는 특히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로 유명하다. 


지역별로 시기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는데 아쉽게도 뉘른베르크의 2023 크리스마스 마켓은 내가 떠나고 난 뒤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있을 테니까.


뉘른베르크 성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에 뉘른베르크 성 내부를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전망이 잘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 뉘른베르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비슷한 붉은 톤의 비슷한 높이의 건물들은 어쩐지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다. 


유난히 튀는 건물 하나 없이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광경이 좋았다. 


아직 이날 아침 공기의 차가움과 바람 냄새가 선명하다. 



한 시간가량 동네 구경을 하다가 적당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플랫 화이트를 한 잔 주문하자 카드 리더기에 10%, 15%, 20%의 팁을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떴다.


유럽에서 첫 팁 결제였기에 약간 고민하다가 중간을 좋아하는 한국인답게 15%를 선택했다. 


직원은 친절했고, 카페의 분위기도 좋았으며, 커피도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



여행 내내 나는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배가 고프면 구글지도를 켜 근처 음식점을 찾았다.


적당한 평점과 인종차별 후기만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들어간 첫 번째 식당은 아직도 어떻게 발음하는지 조차 모르지만 실내 장식이 아주 인상적인 곳이었다. 



중세 시대 유럽의 식당은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에 매달린 장식품들부터 벽에 걸린 작은 소품들 모두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것들이었다. 


아직도 좀 이른 시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점심이 가까워졌기에 나는 맥주와 소시지 플래터를 주문했다. 



서버의 추천을 받아 주문한 맥주는 아주 맛있었다. 거품도 부드럽고 맛도 풍부했다.


순조로운 1일 1맥주의 시작.



함께 주문한 소시지 역시 맛있었지만, 각각의 소시지 아래에 자리한 곁들임(?)들은 꽤나 독특했다.


감자 샐러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드럽고 짭짤한 맛이 아닌 새콤한 맛이었고, 아마도 양파를 저며 만든 듯한 요리 역시 아주 신 맛이 강했다. 


낯설고 신기한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은 나를 들뜨게 했다.


이후에 스모키한 맥주를 한 잔 더 마신 나는 서버를 불러 계산을 요청했는데, 23유로 정도의 금액을 확인한 뒤 어디선가 끝자리를 맞추어 팁을 계산한다는 기억이 떠올라 무려 7유로를 팁으로 주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지 싶지만 그땐 익숙하지 못한 팁 문화에 약간 긴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행히 서버 분이 '정말? 정말로요?'라고 여러 번 되묻는 통에 나는 솔직하게 '팁 문화에 익숙하지 못해서, 혹시 너무 과한 금액인가요?'라고 물을 수 있었다. 


착한 서버 분은 통상 10퍼센트 정도면 된다고 설명해 주었고, 감사하게도 그에 맞추어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소화도 시킬 겸 조금 더 걷다가 몹시 사실적인 교황님 입간판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도 구경했다. 



그러다 처음부터 눈여겨보았던 성 로렌츠 성당에 들어가 보았는데, 처음으로 마주한 유럽의 성당은 몹시도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가톨릭 신자도 아니면서 괜히 마음이 경건해져 조용히 촛불을 밝혀 기도를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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