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구 Dec 05. 2023

내 멋대로 유럽(3)

흐린 겨울의 밤베르크(Bamberg)


이틀 차에도 동이 트자마자 길을 나섰다. 


여자 혼자 다니는 여행이므로 웬만하면 해가 떠있는 동안만 돌아다녔다. 


게다가 겨울 유럽은 오후 4시만 넘어도 금세 어두워졌기에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뉘른베르크 근교에 자리한 밤베르크(Bamberg)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라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뉘른베르크 중앙역. 저 멀리 비행운이 담겼다.


뉘른베르크에 도착한 첫날에는 바삐 숙소를 찾아가느라 기차역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밝은 아침에 본 뉘른베르크 중앙역은 규모도 크고 벽면의 장식과 조각상이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사람들을 따라 기차역 안의 한 빵집에 줄을 서서 아침으로 프레즐과 플랫 화이트를 사 먹었다.


짭짤한 프레즐과 크림치즈, 고소한 커피가 잘 어울렸다. 


여행을 가서 가장 즐거운 순간 중 하나는 그곳의 일상에 내가 녹아들었을 때가 아닐까. 



40분가량 기차를 타고 도착한 밤베르크역은 적당히 아담했고, 마을로 향하는 길목은 놀라울 만큼 추웠다.


파스텔 톤의 건물들을 두리번대며 구경하던 것도 잠시, 추위에 벌벌 떨며 길을 걷다 보니 내복 생각이 간절해졌다. 



조금 더 걷다가 다행히 속옷과 양말 등을 파는 상점을 발견해 적당한 레깅스와 두꺼운 양말을 하나씩 샀다. 


피팅룸에서 그것들을 모두 껴 입고 다시금 길을 나서니 동장군 두렵지 않은 방한룩이 완성되었다. 

(이날 산 레깅스는 여행 내내 나의 가장 소중한 아이템이 되었다.)



밤베르크 역시 크리스마스 마켓 준비가 한창인 듯했다.


빨간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천막들이 즐비해있었고, 각종 소품과 음식들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마련되었다. 


밤베르크 구 시청사


밤베르크 구 시청사를 지나자 또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다리 밑에는 강물이 흐르고 알록달록한 건물들은 어렸을 적 동화책에 그려진 집처럼 보였다. 


날씨가 화창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흐린 하늘 아래서도 충분히 맑은 날의 밤베르크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귀여운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파는 가게


밤베르크 대성당


조금 더 걷다 보니 목표로 했던 밤베르크 대성당에 도착했다. 


실제로 본 대성당의 외관은 훨씬 거대하고 웅장했는데, 사진은 실물의 위용을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내가 이토록 부지런히 성당을 찾아다닌 이유는 여행의 첫 번째 목표와 맞닿아 있다. 바로 중부 유럽의 풍부한 예술품들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유럽의 예술은 종교적 믿음을 표현하는 수단에서 발전이 되었는데, 그 집약체가 바로 성당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 분명한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 조각들이 가득한 공간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신에 대한 위엄과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여기에 모두 함께 외우는 기도문과 오르간 연주, 미사곡까지 더해진다면 시각과 청각을 통해 신을 향한 집단의 믿음을 계속해서 재확인하는 훌륭한 수단이 되었으리라. 


종교 예술의 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내 멋대로 유럽(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