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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19. 2018

평양 회담 감상기

평양회담을 높이 평가하는 분들도 있고, 실망했다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생각합니다. 상호간을 사라져야할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생명을 누려야 할 공존의 대상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대로 변화의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고 북한은 북한대로 또한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아픔이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그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이 우리가 걸어온 길보다 더 큰 평화와 번영의 길이라면 과정의 고통은 극복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공동성명문과 그 뒷얘기들 중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무척 반가왔습니다. 변화는 변화의 물꼬가 트이기전까지가 힘든 것이지 한번 시작되면 그 변화는 기정사실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그것을 기반으로 또다른 변화가 가능합니다. 동대문 DDP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의 기자들 반응이 바로 그렇습니다. 판문점 회담때 남북 정상의 만남이 생중계되자 기자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번 평양방문에서도 두 정상이 공항에서 만나 포옹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지만 기자들은 심드렁했습니다. 그정도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이죠.  


문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3번째입니다. 이제는 대단한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상이 아직 서울을 방문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생경한 일이지만 북한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경호야 우리 정부가 알아서 담보하겠지만 남한에는 전쟁의 아픔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분들과 남북 화해 모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흘러 나온 얘기로는 북한 고위층들에서는 한결같이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반대했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쪽에도 체제 고착지향적 인물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행을 고집한 사람이 김위원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상간의 셔틀 외교는 남북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에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상이 서로 방문하고 나면 그 다음은 더 많은 교류가 가능할테니까요. 지금까지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외부와의 교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교류가 진행되면 이것은 북한에게는 어쩌면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떠안아야할 리스크로 보면 우리보다는 북한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연말이전이라고 일정을 확실히 못박았습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중간 선거 등 대외 정치일정을 고려하면서 가급적 빠른 시간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금년내로 어떻게든 비핵화 성과를 만들어 보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다음호에 계속 이라는 것 같아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판문점 회담에 이어 평양 회담에서도 진일보한 결과를 만들었으니 이어질 서울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중대한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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