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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Nov 07. 2018

금주의 변

술을 마시지 않은지 얼추 달포 되어 가는 것 같다.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서 내가 술 안마신다고 하면 첫반응은 대개 일률적이다. 음.. 이 인간이 무슨 몸쓸 병에 걸렸군 쯔쯔.. ㅎㅎ 그렇다 우리가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조그만 변화조차도 큰 변고로 여기는 그런 나이 말이다. 지금까지 술을 마다하지 않고 살았으니 나의 금주가 친구들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었을 수도 있겠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식구들도 어안이 벙벙 중이다. 식사때마다 잔을 갖다 놓고, 병을 열고, 와인 따르는 것을 마치 무슨 의식처럼 행하던 사람이 이제는 밥만 먹고 물한잔 마시는 것으로 끝내버리니 그럴 수 밖에.


반주가 없는 식탁은 좀 건조하다. 음식을 먹다가 중간 중간 추임새삼아 한잔씩 하는 것은 음식 먹는 속도를 조절해 주면서 또한 화제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잔소리라는 태클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와인 한잔의 윤활은 의외로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그런 즐거움을 잠시 미뤄두었다.  


금주의 사연은 이렇다. 나의 도로주는 50분 내외, 거리로는 10키로 이쪽 저쪽 이었다. 이 정도 거리로는 하프 마라톤 준비에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점진적으로 거리와 시간을 늘려가는 중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짐작으로는 시간으로는 1시간 10분, 거리로는 대략 13키로미터 정도였을 것이다. 몸이 이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전같으면 땀을 쫘악 빼고 나면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했을텐데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내 스스로도 이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주말 도로주는 이제 17킬로미터로 늘어났다. 아직 이정도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 뛰고 나면 거의 탈진 상태가 되는 듯 하다. 그러니 술 생각은 커녕 그저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다음날 하루 쉬고 나면 거뜬해지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식습관도 조금 바뀌는 것 같다. 짐에서 근육운동을 집중적으로 할 때는 육류에 손길이 자주 갔다. 소고기 돼지고기 삶은 달걀 등등 이런 음식을 일부러 골라서 먹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음식들을 더 자주 많이 먹게 되었다. 아마도 몸이 그것을 요구하였을 것이다. 이런 음식이 위를 먼저 차지하고 나니 밥이 들어갈 공간은 줄어들어 거의 반공기 정도만 먹었다. 그런데 도로주가 늘어나면서 밥 섭취량이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 이것도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문득 식사를 하다가 내가 깨달은 것이다.


지난주에는 달리기용 장갑을 아마존에 주문했다. 추운날씨에 뛰려면 의외로 손이 시린 경우가 있다. 면장갑을 끼고 뛸까 하다가 그래도 내 스스로를 위해 좀 폼나는 것으로 마련한 것이다. 마라톤 전용 운동화도 어제 주문했다. 달리기용 티 셔츠는 주최측에서 제공한다고 하니 그정도면 내 몸을 제외하고 달리기에 필요한 것은 전부 준비되었다. 따라서 몸을 만들기 위한 나의 금주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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