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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Dec 11. 2018

시그니쳐 메뉴


최근 새로 신장개업했다는 식당이 있다길래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크지않은 한인 사회라 식당이건 미장원이건 다 고만고만이다. 어디에 있는 무슨 집 그러면 그 집에 대한 기대수준은 내 경험치에 의해 대략 정해진다. 결과가 기대수준보다 나으면 이집이 주인이 바뀌었나 라는 생각이 들고, 기대수준보다 못하면 반대로 주방장이 바뀌었나 의심하기도 한다. 


유난히 손바뀜이 잦은 장소가 있다. 터에 마가 끼었다고나할까. 안되는 집은 희안하게 안되는데 또 정말 신기하게도 그 장소에 누군가가 다시 뭔가를 시작한다. 장사가 안되는 이유는 골프가 안되는 이유만큼이나 많겠지만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치상의 문제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어제 찾아간 식당은 내가 뉴저지로 이사한 이래 상호가 네번째 바뀐 듯하다. 내가 기억하는것만 그정도니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전언에 의하면 이번 식당을 개업한 분은 투자만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주방에서 조리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재료와 맛은 어느정도 믿을만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말 외식으로 매번 찾아가는 식당도 좋지만 새로 개업한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떤지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곳처럼 갈곳이 뻔하다면 선택지를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전 인테리어를 최대한 유지한 것에서 사장님의 자본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저녁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 식구들 뿐이다. 메뉴판도 가죽장정 같은 고급스러워보이는 것은 없고 종이에 프린트한 것이 전부다. 상호가 '김치OO'으로 되어 있어 김치를 주제로 한 여러가지 메뉴가 있지않을까 하는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메뉴 구성을 이것 저것 보다가 대구지리를 주문했다. 지리는 싱싱한 재료를 사용해야 비린 내가 나지 않는다. 어떤 곳은 비린 내릴 감추기 위해 간을 세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싱겁게 해 달라는 추가 요청을 곁들였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적은 투자를 했어도 적지않은 금액이 들어갔을텐데 안타깞게도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딱히 고를 만한 이 집만의 시그니쳐 메뉴가 없는 것이 문제다. 손님들이 찾을 만한 왠만한 메뉴는 준비해야 하지만 그것이 이집 저집하는 것 전부 다하는 것이라면 마치 전부 다 맛있어요 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기만의 특출한 경쟁 메뉴가 있어서 메뉴와 식당이 자동 연결되는 것이 하나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것을 먹어러 왔다가 다른 것도 먹어보고, 먹어보니 맛있어서 또 다른 것도 먹어보고 그럴텐데... 


그런 자기만의 특출한 메뉴는 식당에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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