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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an 18. 2019

위스키 한잔

위스키 한잔을 따라 첫 향을 음미한 다음 한모금을 들이키는 순간, 목젖이 뜨끈해지면서 위장을 깨우는 느낌, 그 뜨겁게 달구듯 퍼져가는 알콜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낄 때, 아 이제 집에 왔구나 라는 안도감에 젖어든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위스키 한잔의 값어치로서는 최상이지 않습니까.


Friday Lunch Buddy들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학 동기들 4명인데 매주 금요일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친구들입니다. 직장인도 있고 사업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순서를 정해서 점심값을 냅니다. 금요일 아침 출근시간이면 우리 단톡방에 몇시 어느 식당이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그날의 호스트가 날리는 메시지입니다. 대개는 32가 혹은 35가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갑니다.


점심 자리는 식사후의 커피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시진핑과 트럼프를 혼내기도 하고, 아베를 욕하기도 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이 등장하기도 하고 스카이 캐슬도 가끔 나옵니다.4차산업과 AI도 우리는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작년에는 우리 모두 우즈의 우승을 간절히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누가 출장이나 휴가를 다녀올 때는 면세점에서 양주를 한병 사들고 옵니다. 회사 다닐때 출장 기념으로 양주 한병씩을 사와서 사무실 동료들과 나눠 마시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죠. 그러면 이 양주를 마셔야 한다는 핑계로 우리는 저녁에 다시 만납니다. 입이 4개라 양주 한병은 금방 사라져 버리고 그때부터는 소주에 맥주에 눈에 보이는 대로 마구 투척합니다.


우리 넷 중 한명이 어제 술자리에서 집에서 마시는 양주 한잔의 의미를 그렇게 말하더군요. 아 이제 집에 왔구나. 나는 이 표현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집, 안식처, 내가 쉴 곳, 세상의 모든 풍파가 멈춰선 곳, 아 집에 왔구나. 저는 양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양주 한잔에 이런 감성이 우러난다면 집에 양주 두어병 사다놓고 퇴근때마다 한잔씩 마셔도 멋질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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