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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an 19. 2019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1월 17일 미 의사당 앞에 공군 마크가 새겨진 버스가 시동을 켠 채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아프카니스탄의 미군을 격려 방문하기 위한 미 하원 대표단이 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방문은 비밀입니다. 방문 후에 사진과 함께 이런 기사가 언론에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 대표단에는 하원의장인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죠. 그러나 출발 한시간전 이 여행은 전격적으로 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금 미 연방 정부 폐쇄가 27일을 넘어 한달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80여만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일 정부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참 신기하고 놀라운 일입니다만 최선진국 미국에서 지금 벌이지고 있는 일입니다.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매년 마지막주 화요일에 대통령이 의회의 상하 합동회의에 출석하여 연두교서를 발표합니다. 1년간의 정부 정책과 추진 방향에 대해 연설하는 것이죠. 영어로는 State of the Union 이라고 합니다. 1913년 윌슨 대통령이 시작한 것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지금 연방정부가 기능이 정지되어 있어 경호상의 문제가 있으니 올해의 이 연두교서 발표를 연기하거나 아예 백악관에서 하라고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입니다.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에게 멕시코 장벽관련 예산안에 양보할 의사가 절대 없다는 것을 주지시킨 메일입니다.  


연두교서 발표는 가장 시청율이 높은 시간에 주요 방송사들이 생중계하는 주요 정치 이벤트 입니다. 대통령의 원맨쇼가 가장 돋보이는 시간입니다. 반대로 야당은 완전히 들러리 입니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기도 하고 환호성을 올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CNN 이라도 이날만큼은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 집중합니다. 아마도 대통령은 의회에 출석하여 멕시코 장벽의 당위성을 주장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밥상을 펠로시의장이 걷어차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열 받을만 합니다.


다시 의사당 앞의 버스로 갑니다. 이 대표단은 군용기를 타고 브뤼셀을 들러서 아프칸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군 통수권자입니다. 펠로시의 편지를 받고 이상하게도 잠잠하던 대통령은 이 대표단이 출발하기 한시간 전에 군용기 운항 취소를 명령했습니다. 나를 엿먹였으니 너도 엿먹어라 뭐 그런 상황인가요? 대통령은 지금 한가하게 그런 데나 찾아갈 때냐? 여기 남아서 나와 협상해야지 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에도 엠바고 처리된 이 여행이 대통령이 공개해버린 것입니다. 정 가고 싶으면 니네 돈 내고 일반 항공사 비행기를 이용해서 가라 라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연방정부를 다시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꽤 갈길이 먼 것 같이 않습니까? 지극한 남성우월주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하원의장에 의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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