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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27. 2019

MADMAN ESPRESSO

커피에 미친 사람이 만든 에스프레소,
정신나간 사람이 마시는 에스프레소,
그냥 심플하게 미친넘 에스프레소,
지금 제 앞에 놓여있는 커피잔을 보며 저 나름대로 온갖 해석을 해보는 중입니다. 상상하는 바와 같이 이름은
'MADMAN ESPRESSO'
출근길에 있는 커피집 이름입니다. 스타벅스의 평균적인 커피맛에 식상하거나 긴 줄에 지쳤을때, 매드맨은 대타로 찾는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대타가 주전이 되는 일도 왕왕 있습니다. 지금은 스타벅스보다 매드맨을 더 애용합니다.  


7~8평 될까 말까하는 공간입니다. 테이블이라야 여러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긴 것이 통로 양쪽에 두개, 출입구 좌우, 창문 앞에 두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두개가 전부입니다. 조용히 앉아서 뭘하기 보다는 얼른 커피만 사서 나가는 테이크 아웃 전문집에 가깝습니다. 이집의 출입구 문은 밖에서 안으로 밀게 되어 있습니다. 왠만한 문은 대부분 안에서 밖으로 밀게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화재 발생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좀 더 빨리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1층의 경우 밖으로 말게 되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문을 열때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안으로 미는 것도 나름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 창가 테이블에 제 출근시간에 딱 맞춰 연인사이로 보이는 두명이 앉아 있습니다. 거의 같은 시간대에 들르다보니 눈치채게된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은 지금 아마도 사랑의 열정이 거의 폭발직전까지 가 있는 듯 합니다. 말하는 시간보다 서로 눈을 마주보며 가만히 있다 뽀뽀를 하다를 반복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습니다. 주변에 누가 있든지 말든지 눈에 들어오기나 할 것이며, 구구절절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둘만의 공간이 매우 아쉬울텐데 어쩌지 못하는 사정으로 매일 아침 바로 저 자리에 앉아 몇십분동안 사랑을 나누는 듯 합니다.


폭이 아주 좁아서 두명이 어깨를 비켜가며 지나다녀야 하는 주방 공간에는 모두 3명이 근무합니다. 원래는 2명이었는데 이집 커피가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아마도 손님이 좀 많이 늘어나 그런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는 여자분은 30대 후반 정도 혹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영어 발음으로 짐작컨데 동유럽 출신이 아닌가 싶은 분입니다. 굵은 이목구비지만 사람은 참 선해 보입니다. 또다른 여자분은 이 분보다는 좀 연하로 보이는데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면 계산전에 미리 주문을 받아서 준비하는 모양새가 꽤 재치가 있고 열성이 넘치는 분 같습니다. 물론 두분 다 미인들입니다. 손님 늘어난 것이 커피맛 때문이 아니고 이 두분 덕분일까요?


사실 오늘 저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만든 주인공은 이 두 미인이 아니라 저에게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 바로 이분입니다. 앞서 말한 두분과는 달리 이 분은 인상이 매우 험악합니다. 과연 저분이 커피를 제대로나 만들 수 있을까, 혹시라도 커피맛이 이상하면 어쩌지, 저 인상에 괜히 컴플레인 했다가는 본전도 못찾겠는데, 하여간 조폭이나 보디가드라면 딱 어울릴 듯한 인상입니다. 물론 어깨도 쫙 벌어져 있죠. 제가 마시는 더불샷 아메치카노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듭니다. 원두의 종류, 볶음의 정도. 그라인딩 상태에서 이미 커피 맛은 어느정도 결정되지만 그래도 최후의 맛은 바리스타가 어떻게 블랜딩을 하느냐 아니겠습니까.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라 똑같은 농도로 만들어도 어떤 사람은 그게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저처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슬리브 없이 마시라고 겹잔으로 주는 센스까지. 이분이 사세 확장의 비밀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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