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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09. 2019

한반도를 보는 트럼프의 딜레마

하노이 회담은 각자의 카드만 확인한 채 끝났다. 북한은 가진 것의 절반쯤을 베팅했고 미국은 풍성한 말잔치를 걸었다. 누가봐도 등가교환이 될 수 없는 게임이었으니 회담 결과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성과라면 북한은 절대로 핵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미국은 한발작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을 최고통수권자들의 눈과 입을 통해 확인한 것 정도라 하겠다. 이 정도 성과라도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확인했으니 다음 준비가 조금은 더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과는 별개로 내가 걱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였고, 방위비 분담 협상도 5년마다 한번이 아니라 매년 한번씩 하는 것으로 바꿔라고 강요했다. 결국 우리가 이것을 수용하면서 방위비 협상은 마무리 되었고, 이것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 방위의 의미는 남한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는 댓가를 의미한다. 만약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이라는 존재가 없어진다면 미국이 남한에 주둔하면서 방위비를 더 달라, 매년 협상하자는 주장을 할 수 없다. 그때부터는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필리핀 처럼 주둔비를 내면서 한반도에 주둔하는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존재는 우리에게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훌륭한 지렛대인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스스로는 북한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이런 이율배반이 어디 있겠나.


아무도(클린턴도, 부시도, 오바마도) 하지 못한 북한과의 협상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자신이 전임자들보다 뀌어나다는 것을 과시하고픈 욕심이 싱가포르에 이오 하노이까지 갔지만 북한이라는 카드가 자신에게 어떤 효용가치가 있는지를 미국의 주류 정치 관점에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추측한다. 이말은 한반도의 긴장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마침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쉽사리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과, 이에 반해 북한은 미국을 끌어내기 위한 여러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다시 문재인 대통령의 묘수가 등장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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