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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19. 2019

하노이 회담 이후

남 탓할 것 하나도 없다. 흔한말로 내탓이오 내탓이오 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미국 탓도, 일본 탓도, 미국의 민주당 탓도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교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에 대해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국제 질서라는 것이 어찌 내 의도대로만 될 것인가. 모든 나라가 자국 이익을 가장 최우선하는 시대에, 그런 시대는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도 그러했고 내일도 그러할 테지만, 변화로 인한 자국의 이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냉큼 너 잘한다라고 박수칠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훼방꾼만 있는 곳이 외교무대다. 그러니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이나 핑계거리를 찾는 사람이나 오십보 백보랄 수 밖에.


백번을 양보해도 전쟁 일보 직전의 상황보다 조금 실망하되 평화를 논하는 지금이 훨씬 낫다. 나는 정치적 감각보다는 사업감각에 의존해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치사에서는 비극이지만 우리나라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제 역으로 재임 2년이 지나면서 매사를 정치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게는 다행이나 우리에게는 큰 장애가 될 것 같다.


온건론자건, 강경론자건 미국의 주요 의사결정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대화의 창은 열려있다고 강조한다. 나는 이 말을 미국이 별로 대화에 관심없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현재보다 더 진전된 것이 없다면 더이상 대화는 의미없으니 새로운 제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제재가 잘 작동되고 있으며, 이것이 잘 작동되는 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서 칼자루를 쥐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북미 대회가 이제는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무리 부인해도 결과적으로 쫓기는 쪽은 북한이다. 다시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성숙한 대화의 모멘텀을 찾으려 할 것인가. 아마도 군부 강경파들은 내 그럴 줄 알았다고 고소해할 지도 모른다. 질주하던 김정은이 최초로 부닥힌 이 장벽에 좌절하여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나서는 수 밖에 없다. 상황을 너무 낙관하여 앞서나간 부분은 없었는가, 아전인수식 해석은 없었는가, 도덕적 우월주의로 소통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가, 한반도의 핵심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대미 대일 외교에서 일방적인 부분은 없었는가 등에 대하여 냉정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그 노력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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