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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ul 31. 2019

아베의 실수

대략 그림의 모양새가 결국 큰형님이 나서서 정리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좀 웃긴 모양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우리가 기댈 데라고는 거기뿐이지 않나. 정부의 침착하면서도 기민한 대응은 눈여겨 볼만 하다. 미국의 제안도 참 절묘하다.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으니 잠시 휴전해라, 이 정도면 미 국무부에도 영리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봐야겠다. 일이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까닭은 한, 일 모두가 비슷하게 미국에게는 중요한 이익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 편을 든다든지, 일방적으로 한국편을 드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이 이렇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의 총체적 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 덧붙여 이번 사태로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질서있는 분노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전 일제불매운동을 예로 들어 이번 한국 국민들의 불매운동도 결국 냄비근성을 보여주는 정도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던 사람들은 속이 뜨끔했을 것이다. 이것은 정보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시대속성과 불가분의 관계이면서 그런 정보 공유가 또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현재화하고 문화적 동질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말은 뒤집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자이면서 감시자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번 일제불매운동이 이전과 본질적으로 다른 배경이다.  


사실 양국에는 상대국가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해 왔다. 경제적으로 양국관계는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원천기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것을 제품화하는 능력도 원천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본의 원천기술은 한국의 제조능력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이것은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공존의 문제이다. 경제인들은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문화적으로도 한일 양국을 오가는 국민이 연간 천만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민간에서는 점점 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해 가는 단계에 이르른 것이다.


아베는 바로 그런 긍정적 확장성에 찬물을 확 끼얹어 버렸다. 연간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숫자가 750만명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일본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한국인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 아닌가. 우선 이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아 그게 불구대천(?)의 원수 일본이었지 라는 것을 깨닫게 했을 뿐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반일 감정이 무뎌가는 청춘세대들에게 확실한 반일 감정을 심어주었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트럼프 대통령 흉내 내려다 제 발등 찍은 꼴이다. 일본의 정치인들에게 한국이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일깨워 주었다면 그나마 그것이 아베의 공이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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