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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Nov 21. 2019

국민과의 대화 뉴스를 보고

뉴저지에 살고 계시는 제가 아는 분 이야기 입니다. 이제는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인데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한 덕분에 비교적 넉넉한 은퇴생활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고 계시는 집도 시가로 150만불 정도 되는 단독주택입니다. 150만불이라니 꽤 가격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사실 20억이 채 안되는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강남의 32평 아파트 한채 가격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150만불 주택 정도면 아마도 방이 4~5개, 화장실 3개 정도 되고 응접실과 주방과 다이닝 룸이 따로 있고 또 선룸과 지하실, 차고도 있는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주택일 것입니다.


이 분이 고민끝에 집을 팔았다고 합니다. 아이들 모두 독립해서 떠나고 두 부부가 살기에는 집이 너무 컸을 것입니다. 나이가 있는데 단독주택 관리하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여름에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잔디를 깎아야 하고, 가을이 되면 또 낙엽을 치워야 합니다. 겨울에는 집앞 눈도 치워야 하는데 이걸 기계로 한다고 해도 예삿일은 아닙니다. 보일러가 고장나거나 하수관이 막히는 일도 있습니다. 일일이 누군가를 불러서 시켜야 하는데 부르는 것도 귀찮고, 그것 때문에 소소하게 돈이 나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집을 팔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세금 때문이었습니다.  


대체로 미국 주택에 붙는 재산세는 각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좀 낮은 곳은 1%, 좀 높은 곳은 3%에 육박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재산세는 국세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우리로 치면 시군에서 부과하는 것입니다. 이 돈으로 학교, 소방서, 경찰서 등 그 시의 기초적인 행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합니다. 좋은 학군이라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집값은 올라갑니다. 그러면 세금도 올라가겠죠. 재정이 풍부해지니 학교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학군은 더 좋아집니다. 아이들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기꺼이 세금을 감수합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집을 팔고 세금이 싼 곳으로 이사합니다.


150만불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지만 이런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실제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도 재산세로 매년 최소 3만불, 즉 3천 5백만원 가량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소득이 없는 분에게 집 한채 있다고 이 정도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참 잔인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분은 집을 팔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렌트를 주면 되지만 렌트라는게 또 소소한 관리가 따라야 하니 아예 속편하게 처분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이사한 곳은 월세 2000불 내외의 방 두개짜리 아파트 입니다. 아파트는 관리비가 있지만 여러 다른 비용이 들어가던 것과 상쇄될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재산세 내던 정도의 돈으로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고 통장에는 150만불의 거금이 쌓이게 된 것입니다. 저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을 잡기 위해 더 강력한 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문득 제 아는 분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몇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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