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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Dec 10. 2019

Big Apple Half Marathon

다들 너무 잘 뛴다. 트레드밀의 연습 속도로 뛰는 데도 내가 추월하는 사람보다 나를 추월해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시속 7.5 마일(약 12km/h)은 되지 않을까. 대단한 속도다. 저절로 따라 붙으려 한다. 그러나 욕심은 금물. 이것이 내가 지난 대회에서 배운 교훈이다. 핏빗을 보니 나는 내 스피드로 잘 달리고 있다. 내가 느린 것이 아니라 그들이 빠른 것이다. 내 속도대로 뛰자.


새벽 기온이 24도(영하 4.4도)를 가리키고 있다. 예상보다 춥다. 대회가 시작될 무렵에도 여전히 예상기온은 32도(0도) 내외. 바람이 좀 불면 체감기온은 더 내려갈 것이다. 뛰다보면 열이올라 왠만한 추위는 괜찮겠지만 출발전과 초반 20여분이 문제다. 달리기용 긴 타이즈를 입고 그 위에 다시 달기용 긴 팬츠를 입었다. 혹시 날씨가 풀릴 때를 대비해서 반바지도 준비했다. 긴소매의 기능성 셔츠를 입고 그 위에 대회 셔츠를 입었다. 뛰다보면 분명이 이런 옷이 거추장스러워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귀까지 덮을 수 있는 털모자와 장갑은 겨울 달리기의 필수품이다.  


샌트럴 파크. 수많은 사람들이 출발선 근처에서 몸을 풀고 있다. 이 추운 겨울, 그것도 편히 쉬어야할 일요일 아침에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달리기 때문에 모여들다니. 이것이야말로 사서 하는 고생 아닌가. 그런데도 다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부터 7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까지. 나는 나이 평균을 끌어올리는 쪽인 듯 하다. 출발 직전 연단위에 눈에 익은 노인이 한사람 올라가 있었다. 대회관계자인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척 슈머 상원의원. 그의 인사말에 이어 애국가를 연주할테니 모자를 벗어란다. 이런 거 잘 안하는데 새삼스럽네.


6마일(9.6km)을 50분 남짓에 지나쳤다. 내가 지쳐 쓰러질뻔했던 지난 대회에서 51분에 통과했는데 그렇다면 상태가 가히 나쁘지 않다. 이제 누가 빠르고 느리고는 없어졌다. 다들 자기 페이스대로 뛰는 것이다. 8마일(12.9km)을 통과하면서도 큰 피로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정도면 속도를 늦출 필요없이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땀이 이마로 흘러내린다. 귀를 덮고 있는 모자를 끌어올려 귀가 나오게 했다가 종국에는 벗고 말았다. 시원하다. 장갑도 벗어버렸다. 마지막 2마일은 내가 추월한 사람이 나를 추월해간 사람보다 많았다.


RUNNER: HYOHYUN HWANG
NEW YORK, NY | BIB #5271
DIVISION: HALF MARATHON
FINISHED: 01:50:13
GUN TIME: 1:50:35.98
PACE: 8:2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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