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이 아주 짧아졌습니다. 밀리는 링컨 터널도, 버스 터미날의 붐비는 인파도 없습니다. 아침과 저녁 시간이 넉넉해 져서 두어시간의 덤이 주어진 듯 합니다. 저는 1층에서 2층으로 출근합니다. 뉴욕주 정부의 강제 재택근무령에 의해 사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집에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퇴직자 분이 아침에 일어나 신문 보고, 씻고, 아침 먹고, 옷 차려 입고 옆방으로 출근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 제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평소의 출근 시간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씻고, 같은 시간에 출근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상당한 여유 시간이 생깁니다. 뭐 그렇다고 일찍 출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카톡, 페북, 검색 등 이런 저런 일을 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이동하여 물을 한잔 담은 후 천천히 출근길에 오릅니다.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길어야 10m 남짓인 출근길은 1분이 채 안걸립니다.
2층 임시 사무실의 책상은 벽을 보게 되어 있고 책상 위에는 오직 제 노트북만 놓여 있습니다. 원래는 이 노트북을 백팩에 넣고서 출퇴근 하지만 지금은 그냥 이 책상위에 두고 다닙니다. 대신 출근길에 테블릿과 핸드폰을 들고 갑니다. 맨손으로 털레털레 가는 것보다 그것을 들고 일어서면 그래도 출근 기분이 좀 나거든요. 제가 2층으로 출근하는 그 시간에 애들 엄마는 1층으로 출근합니다. 학교 선생님도 지금 재택근무 중이기 때문입니다. 근무시간에는 각자 자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제 임시 사무실 오른쪽에는 창문이 하나 있는데, 이 창문 너머로는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쪽에 우리 옆집 지붕이 조금 보입니다. 우리 집 위치가 옆집보다 좀 높은 위치라 그렇습니다. 출근 무렵에는 해가 이 창문을 가득 채우며 밀려 들어옵니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지칠때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면 멀리 이제 막 새잎이 나오고 있는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어제는 비가 왔고, 빗방울이 옆집 지붕위에 떨어지는 모습도 봤습니다.
얼른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랍니다.